박수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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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17회 작성일 22-01-16 10:38본문
박수기정* / 백록
한라산마저 시야를 가려버린 군산軍山아래로 드러난
너른 평원
난드르
용왕이 난 들이라
난드르
그야말로 신비로운 전설을 간직한
대평마을
그 포구엔
바다와 섬의 경계를 지키는 철통같은 기정의 기상氣像들이 덤빌 테면 덤비라는 듯
웅장한 위세로 도열하고 있다
이를테면 하늘에 닿을 듯 깎아지른 절리의 벼랑이 마치
30척 장수들이 군단의 병력으로 무장한 것처럼
영실기암의 오백장군이 어쩜
한라의 근위대인 것처럼
이를 보는 이
박수를 아니 보낼 수 없다
잘 보라!
이 근처에서 억겁을 지켜보는 바다도 툭하면 파도를 보내
박수를 치고 있잖은가
철썩철썩
천년만년을 구르는 자갈들도
자르륵자르륵
더욱이 일몰이 가까워지면
여기를 비추는 하늘도
하냥, 울긋불긋
감동의 표정을 짓고 있지 않던가
가까우면서도 어느덧 먼 옛날
여기에서 장이 서는 화순을 가려면 군산을 피해 먼 길을 돌아서 가야만 했다
군산의 기슭을 가로지르는 길이라면 오직 소나 말들이 다니는
ᄆᆞᆯ질*이 있었을 뿐
그야말로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나는
아리랑고갯길
어느 할망이 기름을 팔러 화순으로 다니기 위해 골갱이*로 산길의 바위를 쪼아가며 길을 만들다
그만 산기슭 절벽으로 추락사하고 말았다는데
그 뒤 송씨 하르방이 죽은 할망의 작업을 이어 곡괭이질을 더하여 지름길을 완성했다는데
이른바 쪼아 만든 길이라 해서 이곳 사람들
'조슨다리'라 불렀다는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어느새 활짝 열린
대평마을
난드르
그곳엔
박수기정 같은 나의 근친 고모님이 살고 있다
백수白壽를 기꺼이 넘긴 고목처럼
파란만장한 사연을 품고
죽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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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기정은 샘물을 뜻하는 ‘박수’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진 말로
'바가지로 마실 수 있는 샘물이 솟아나는 절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 ᄆᆞᆯ질은 말의 길
* 골갱이(골괭이)는 호미를 뜻함. 제주에서 낫을 호미라 칭함
댓글목록
최현덕님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탐라국의 옛이야기를
동치미 맛 내듯 맛깔나게 엮으셨습니다.
많은 것을 담고 갑니다.
여여 하십니다.
우뢰와 같은 박수
짝짝짝~~~~~
감사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약 50년쯤 되었을까 싶네요
비탈진 마을 운둔의 대평이 그 이름처럼 활짝 열렸답니다
어느덧 외지인들의 마을로 변이해버린 듯
김 인수님의 댓글
김 인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문장을 미드미컬하게 맛깔스럽게 몰아가는 솜씨는
대단하십니다.
해박하신 깊음으로 문장을 폭넓게 구사하는 문의 행간에서
공부 잘 하고 갑니다
날씨는 따스한데 바람이 산몰랑에 고봉 쌀밥을 먹고 왔는지
손가락이 떨어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미드미칼이 뭔가 싶어 찾아봤네요
ㅎㅎ
그냥 있는 그대로 옯겨본 글일 뿐입니다
산몰랑에 고봉 쌀밥이라~
제주어로 바꾸면
메ㅁ.루에 고봉 곤밥///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