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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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12회 작성일 22-01-21 18:27본문
구상具常 / 백록
1.
하늘 가까이 구름 속에 뿌리내린 낭이다
살았어도 죽었어도
늘 갖추고 있다는
너의 명성은
아비에스 코리아나 윌슨
Abies Koreana Wilson
2.
도대체 뭘 갖추었다는 걸까
잣나무와 같은 그 열매 잣을 아래아로 되돌려 읽어보면
그 어원이 오롯이 비치리라
하늘 향한 정력의 낌새로 ᄉᆞ나이 같은
소낭의 짙은 냄새가 코를 찌르리라
어쩜, 허기진 아낙들에겐
소의 분비물처럼 혹은 가문 날의 단비처럼
축축하게 풍기리라
하여, 이름짓기조차 모호한 낭
그야말로 신비로운 나무
너는 지금 하늘로 뿌리를 감추고 있다
혹자는 이 땅이 너무 더워서라는데
꼿꼿하리만치 청청한 네가 살기엔
지금 뿌리내린 그곳이 어느덧
너무 더러워진 건
아닐까 싶은
3.
혹시, 너의 이름과 같은 시인의 ‘초토의 시’를 읽으면
대강 짐작이나 될까
그 배경의 연대나 너희가 우러러보는 산의 높이가
1,950인 건, 설마 우연일까 의도일까
거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때마침, 시베리아 같은 대한大寒이로구나
시들한 너를 향해 칼바람 분다. 씽씽
눈보라 몰아친다. 펑펑
한라산이 운다. 실컷
어쩔까나 어쩔까나
이 나라의 보물인 용비어천가의 말씀은
‘불휘 기픈 남근 바라매 아니 뮐새’
라던데
대체 어쩌란 말이냐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삿개* 소감所感 / 백록
이제나저제나 컥컥거리는 큰갯마을에서 한때나마 별이 내렸다는 베릿내로 걸어가다 보면
용궁으로 기어들어 가는 블랙홀 같은 주상절리가 보인다
거북이들 거뭇거뭇 혹은 희끗희끗
마구 우글거리는 그곳엔
물과 돌의 싸움질 같은 소리
바다와 땅의 전쟁 같은 소리
수상한 소리들이 앞다투며 귀청을 물어뜯는데
얼핏 설핏 들리는 소리는
연거푸, 지삿 지삿
가만히 숨죽이고 듣노라면
분명코, 지삭 지삭
종일 짖다가 목청이 쉬어버린 개가 짖는 소리 확실한데
아무래도 이순에서 일흔으로 가는 내 귀가
썩 시원찮은 문제인지 모를 일이지만
무조건, 우기고 볼 일이다
여기는 지삭개라고
개발에 치여 내 땅이 삭아버린 포구라고
하여 푹 꺼져버린
지금의 풍경이라고
하여 큰개가 짖어대는
울컥한 소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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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대포마을 끄트머리에 위치한 주상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