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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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313회 작성일 23-03-25 11:47본문
동창의 소개로 이 친구를 만난 것은 14년 전으로 기억됩니다
외국인 친구라 한국말이 서툴러 의사소통에 여간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서로의 작은 오해가 고양이 발톱같이 앙칼진 친구에게 커다란 불씨가 될까 두려운 나머지
다가 가는 것조차 어린 이보호구역을 넘나들듯 조심스러웠습니다
나의 서투른 손짓 발짓에 익숙해진 친구도 바디랭귀지로 자기의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했죠
가끔은 영어를 몇 자 적어 나한데 보여주기도 하는데 일본어 소통도 더듬거리는 깜깜이한테 영어라뇨
고향이 독일인데도 이 개국어쯤은 능숙하게 구사를 하더이다
제가 하는 짓이 답답했던지 어느 때는 상형문자 같은 그림을 그려 보여주는데
수도꼭지 닮은 또는 타이어 단면도 같은 그림에 잔인하게도 송곳 같은 것을 푹 쑤셔 넣고요
그런 날은 타이어 공기압 빠지듯 하루종일 김이 팍 새 버립니다
이 친구와 14년을 동거동락하며 전국을 돌아다녔으니 있는 정 없는 정이 다 들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친구의 관절이 삐그덕 거리며 이상신호가 오면서부터
보험도 안 되는 비싼 치료비 대납이 발단의 시작이었습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자꾸 비싼 치료비 청구서가 올라오길래 뭐라고 구시렁대며 지청구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이제 와서 쓴 물 단물 다 빼먹고 자기를 차 버리려 한다고 자해공갈단 흉내를 내며 심장근처에서 피까지 뚝뚝 흘려댑디다
일단 급한 대로 수혈을 하여 깔딱거리던 목숨만은 건졌지만
아! 슬픕니다 내 마음도 몰라주고 이 친구를 어찌하면 좋을는지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은 가족이 떠나 간 빈 집을 홀로 지키고 있습니다. ㅎ
저녁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계단을 오르고 대문을 활짝 열겠지요.
시 한 편 올립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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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고산문학대상 수상작
절망을 견디는 법 / 김명기
보증 서준 친구가 야반도주를 하고
그 빚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구경해 본 적도 없는 큰 빚이 너무 억울해
배를 내밀어 보았지만 보증서에
핏자국처럼 선명한 날인이 말라갈수록
점점 더 단단하고 큰 빚쟁이가 될 뿐이었다
통장에서 빚이 빠져나가는 날이면
세상 있는 모든 욕을 끌고 와
저주를 퍼부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억울한 마음이 짓무르고
삶이 수척해졌지만 신기하게
빚은 점점 야위어 갔다
몇 해 동안 빚을 다 갚고 나니
그제야 도망간 친구의 안부가 궁금했다
더 이상 빚이 빠져나가지 않는 통장과
세상 모든 욕과 저주는 할 일을 잃었다
더는 만날 일 없을 테지만 한동안 나는
네게 보내는 욕설과 저주의 힘으로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살았다
이제 나는 원래 그렇게 살던 사람 같다
어느 순간 우린 둘 다 절망이었을 텐데
너는 그 많은 욕과 저주를 어떻게 견뎠을까
김명기 시집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걷는사람 시인선 56)
다섯별님의 댓글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콩트 시인님. 절망을 견디는법
올려주신 시 가 마음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그 많은 욕과 저주를 어떻게 견뎠을까"
저도 궁금합니다 ㅎㅎ
시 자체도 제가 좋아하는 시풍입니다
글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
와리가리님의 댓글
와리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떠날까봐 불안해하는 마음이 보입니다. ㅠ
다섯별님의 댓글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 솔직히 불안합니다. 와리가리시인님
좀 더 곁에 두고싶은데 ...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유리바다이종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다섯별 시인님 경험적 당사자엔 큰 트라우가 되겠으나..
참 대상의 사연이 된 듯 마음 아픕니다
저도 겨우 하나 남은 친구가 노름으로 살더니 내 돈을 쩝하고 가고 없어요
대구 고딩 선생이었어요
원망 안 합니다
지금은 거제 조선소 노가다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몇 년전인가,
나에게 찾아와 월 250 명세표를 보여주며 자랑하더군요
내심 왠지 슬폈습니다 아 하나 밖에 없는 친구도 변질되었구나..
뻔하지 않습니까
수 억을 잃은 사람이 그딴 월급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터넷 도박도 있습니다
아니라면 수년 전 벌써 나에게 연락이라도 왔을 것입니다
삼생이님의 댓글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솔직히 이걸 시라고 하시면 저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ㅋㅋㅋ
다섯별님의 댓글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유리바다이종인 시인님!
봄이 눈앞에 온듯합니다
좋은 시 많이 올려 주시어 감상할수 있는 기회를 주시옵소서
다섯별님의 댓글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른 시인님들께서는 못난 글도 시라고 읽어주셨는데
삼생이 시인님께서는 홀로 아리랑 이시니 누가 잘못된것인지 ㅋㅋㅋ
대중의 의견이 안맞다 이거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