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의 색채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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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의 색채 공장
나는 내 꿈 속에 휑하니 뚫린
모든 혈관들 속을 산보하고 있었다.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이국의 낯선 도시처럼 분수가 쏟아지는 넓은 광장 길게
색종이들을 오려내면 금속성으로 단단한 소리를 삐걱거리는 수탉 한마리
까마득히 높은 횃대 위에 앉아 풍향을 가리키며
호젓이 돌아가는 허공이었다.
내 꿈은 그녀를 해체하였다. 쏟아지는 음표들 하나하나가 옷을 벗었다.
샤미센이 검은 색깔이었다. 현이 세개라서 샤미센이라 불린다는
속삭임을 감추러 그녀는 꽈리꽃으로 부끄런 데를 가렸다. 청록빛 물이 출렁거린다. 꽃비가 내리는 것이다.
이번에는 삐걱거리는 나무복도 위를 걸었다.
평면 위에 잔뜩 일어선 솜털같은 가시들 위에 햇빛이 고였다. 금발의
입가에 꽃술이 바르르 경련하는 자작나무. 에곤 쉴레가 통정하였다는
그의 누이동생 게르티는 어디 있지? 널찍하게 빛나는 후박나무 잎들이 문을 이루는
그녀의 가짜 육체는 어디 있지? 그리고 시큼하지만
뜨겁지만
명징한 안료들을 섞어 나는 내 황홀의 표정들로 캔버스를 채우기로 했다.
내 걸음이 작은 시계소리를 낸다. 이 미묘한
죽음의 표정들을 내 꿈에서 치워줘 버리렴.
여자가 미소 지으며
방안에 앉아 날 바라본다. 유리창을 향해 꽃병을 집어던지자
레몬향기처럼 노란 빛깔 순간이다.
댓글목록
삼생이님의 댓글

이국이라는 단어를 국가의 이름으로 대체 했다면 불필요한 설명은 없을 것입니다.
시는 독자를 위한 꼭 필요한 단어만 써야 합니다.
.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고견이십니다. 프라하에서 본 광장에 대해 쓴 것인데, 또 프라하라고 특정하기도 너무 지시적인 것 같고 해서 이국의 도시라고 썼는데 나름대로 중언부언하였던 것 같습니다. 내 환상 속에 떠 오른 프라하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고민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