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요양원에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삶의 끝길에서 어쩔 수 없이 밀려서 온 이 길
다시는 되돌아 갈수 없겠지?
나이 들어서도 어정쩡하게 낯선 삶은
일인용 침대에 갇힌 채 더디 흐르고
커져가는 소외감속에
거미줄 같던 자식들과의 법연(法然)은
헤지고 낡아서 뚝뚝 끊어진 채
시늉뿐인 삶은 죽음을 길들이고 있네.
혼자하지 못하는 뒷처리로
자존심 버린 지는 오래되었고
여백으로 우수에 찬 시린 가슴은
곰팡이 슨 묵언(默言)의 설움으로
어릴 적 고향의 들판을 헤매고
미적지근한 인연(因緣)은 박제(剝製)로 남아
소실점처럼 멀어져가는 추억의 실루엣
무말랭이처럼 말라버린 육신을
흔들거리는 휠체어에 싣고
소복하게 기다렸던 가족들의 애절한 시선은
유리창 너머 코로나 침묵으로 애달프고
껌벅이는 눈동자는
불안한 미래를 드려다 보면서
처음 가보는 두려운 길
돌아서는 발길에 움푹 파인 이별이 무겁다.
댓글목록
머니코드님의 댓글

거스를 수 없는 소멸에서 오는 상실감이 와닿습니다.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상당산성님의 댓글의 댓글

졸시에 대한 시인님의 귀한 걸음에 감사드립니다. 머니코드님도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빕니다,
tang님의 댓글

가진다는 욕구의 부름이 생의 심저와 부딪치고 있었습니다
시간의 체위가 흩어지며 순간의 환희가 영적인 힘을 잃고 흩어졌습니다
살아 있다는 만족이 요양원의 체제에 얹혀 영원의 앙축을 찾게 하고 있었습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인지가 행복 세례 체제로 지나가버려 숙명의 터울에 생명 박동을 올려놓았습니다
상당산성님의 댓글

늘 졸시에 대한 귀한 걸음과 차원높은 평가에 감사드리면서 tang님도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