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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담그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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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상당산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11회 작성일 23-06-25 16:54

본문

해가 뉘엿뉘엿 지는 가을 저녁나절

어머니는 한 시루 찐 꼬두밥을

마당 한구석 맷방석에 펼쳐 식힌다.

 

보기만 해도 눈이 훤한

언제 먹어봤나 싶은 하이얀 쌀밥

김이 무럭무럭 나는 꼬두밥 한 덩이 들고

뒤란에 숨어 한 입 우겨넣는다.

 

꼬들꼬들 입에 씹히면서 묻어나는 단맛

몰래 숨어먹는 두근거림에 몽롱할 때

가끔 씹히는 돌의 지금거림에 정신 들고

한 번 더 가지러 갔을 땐

어머닌 이미 꼬두밥에 누룩을 버무려버렸고

아쉬운 마음은 노을과 함께 익어간다.

 

아랫목에 모셔진 담요 두른 항아리

사나흘 뒤 보글거리며 술 괴는 소리에

어머니 사랑 익어가고

방안을 진동하는 술 익는 향기 그윽하다.

 

허기진 우리아버지 한잔 술에 얼큰하고

지친 인생 한 겹 풀어 허한 마음 달래며

허전함이 묻은 웃음으로 궁색한 삶 감추고

술지게미에 사카린 타서 주전부리하던 나

일렁이는 알딸딸함이 자라나서

지금의 주량이 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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