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除夜)의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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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속도보다
어둠이 먼저 내리는 섣달그믐 밤
새해를 받으려는 인파들의 함성 속에
칼등 뒤로 밀려나는 과일 껍질처럼
존재를 잃어가는 묵은해의 서러움
폭죽은 불협화음의 질주로
밤하늘 속살을 헤집으며
오색찬란한 하늘의 지문(指紋)으로
산화(散花)하면서 별이 된다.
여기저기 윙크하며
말을 거는 화려한 조명은
그믐밤을 잘라내
세상 밖으로 불러내고
무대에서 뛰어내린
음악에 감긴 사람들
자신을 버리고 하나가 된 채
새해를 어깨동무하고
푸른 입김의 소원들은
광장의 한기(寒氣)를 달랜다.
세월의 속도에 멀미를 느끼는
팽팽한 직선의 고독은 수평을 끌어안고
소실점(消失點) 끝에서 태엽을 감은 채
시원(始原)을 알리는 보신각 종소리
한 해의 시작과 끝점에서
동그라미 되어 중심으로 남는다.
댓글목록
브루스안님의 댓글

보신각의 정취가 좋네요
상당산성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한 해를 보내는 허전함을 그려봤습니다. 브루스안님도 건필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