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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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계절인 동짓달
살기 띤 겨울바람은 허리 편 채
촘촘한 도심 속 빌딩의
무질서한 검문을 통과하고
바람을 구걸하는 깃발은
동요하는 바람을 다독인 채
자지러지는 저항의 생명으로
삭막한 계절을 튕긴다..
공허한 바람은
깃발의 영혼을 불러내고
깃발은 바람에 포개진 채
수직을 지키는 깃대와 힘을 겨루며
절규의 목소리를 키운다.
바람의 무한한 생명력은
끝없는 부활로 깊이를 더하고
깃발은 예민한 감수성으로
바람의 깊이를 읽어내면서
스쳐간 바람을 배웅한다.
가끔씩 발랄하고 경쾌한 바람은
무언(無言언)의 그리움을 전하고
고독한 깃대를 지키는 깃발은
바람의 고백을 들으면서
오늘도 바람의 의미를 풀어낸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불고 싶은 데로 부는 바람, 도무지 바람은 뭔가 흔들지 않으면 할 일이 없는 듯...
바람과 깃발의 만남은 환상적이지요.
잘 감상하며 쉬었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상당산성님의 댓글

수퍼스톰님의 방문에 감사드립니다. 플라지호텔 근처에 사무실이 있었는데 그때 바람에 나부끼는
각국의 국기들을 보면서 끄적여 봤습니다. 날씨가 무척 춥네요 건강 조심하시고 편안한 저녁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