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再活)병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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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을 지난 어느 봄날 오후
넓은 창가의 불라인드는
달려드는 봄 햇살을 쪼개고
식곤증과 재활(再活)치료의 노곤함에
해바라기하던 노인은
휠체어에서 달콤한 오수의 유혹에 빠진다.
오래 머물 것 같던 젊음도
시나브로 빠져버리고
마비된 신경에 서투른 몸의 기억
단절된 모세혈관에 마뜩잖은 반응
불안을 건드리는 급한 마음
저며오는 가슴에 엉키는 고요
늙음을 핑계 삼아 적당한 게으름으로
존재의 존엄성을 지키며
노년의 자유를 즐길 나이에
타인이 된 몸은 감각의 문을 닫았고
이미 낯섦을 뒤집어쓴 채
멀미처럼 밀려오는 장애의 무게
재활(再活)을 애걸하는 자신의 뒷모습
깊어지는 후회에 고이는 헐렁한 핑계
무뎌지는 의지를 다독인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감각을 잃으신 분의 재활치료 상태를 시로 묘사하셨네요.
보호자도 힘들겠지만 가장 힘든 사람은 본인이실 테지요.
환자분께서 치료 잘 받으시고 감각이 돌아 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상당산성님의 댓글

재활이 나이가 들면서 어쩔수 없이 겪어야 되는 자연스런 하나의 과정이 되었네요.
잊어버린 익숙하던 몸의 기억을 되돌리려고 반복되는 훈련 과정을 그려보고자 했는데
서툰 부분에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퍼스톰님도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