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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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호에 가라앉는 동짓달 석양은
붉은 노을을 토해내고
검은 콩멍석처럼 호수에 박힌 채
노을을 주워 먹던 철새들은
뜸들이던 시간을 박차고
떼 지어 날아오른다.
노을을 올라탄 철새들은
앞뒤도 안팎도 없는 까만 점으로
수평선과 노을 사이에서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으로
무질서를 질서로 뒤집으면서
시린 하늘을 말아 돌리는
화려한 군무(群舞)를 펼친다.
노을이 곯아떨어질 때쯤
낯선 곳의 설레임에
한바탕 신명을 풀어낸 철새들
가쁜 숨에 실린 열락(悅樂)의 지저귐은
하늘에 튕기어 자욱하고
가냘픈 날개는 가을이 남아있는 갈대숲에
혼곤(昏困)한 여독(旅毒)을 푼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천수만에서 허공에 까맣게 박힌 점자를 읽으셨군요.
장관이지요.
철새의 군무, 잘 감상했습니다.
상당산성님의 댓글

철새들의 군무를 표현하고자 했는데 부족하네요 수퍼스톰님의 까만점자도 새로운 시상이네요
늘 부족한 시상에 공감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수펴스톰님의 건필을 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