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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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구미에 담긴 아늑한 마을
서장대에 설핏한 겨울햇살은
노을 속으로 기어들고
이른 저녁 먹은 아이들 신명은
논바닥에 얼은 겨울 밟아가며
휘휘 돌리는 쥐불놀이에
따라 도는 보름달
온 동네 멀미하네.
아이들 열정만큼 어둠을 도려낸 불꽃
오색찬란한 윤화(輪花)로 피어나고
가끔씩 하늘로 머리 푼 불꽃은
어둠을 사르며 산화(散花)하네.
태양이 넘겨준 시간 따라
맵시 풍성하게 떠오른 보름달
넘쳐나는 간절한 소원에
손끝만 닿아도 터질 듯 부풀고
태양이 스며든 달의 멍든 골짜기엔
푸른 달빛 그늘로 번지네.
중천에 휘영청 밝은 달빛은
고단한 그림자 앞세운 아이들
귀갓길 배웅하고
얄밉도록 청빙(靑氷)한 고향 밤하늘을
호올로 즈려밟고 가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어렸을 때 동네 아이들과 논바닥에서 불붙은 깡통을 돌리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어쩌면 주위가 환하도록 보름달을 정신없이 돌렸나 봅니다.
어릴적 보름날 밤의 아련한 추억을 불러주신 시인님의 시, 감사합니다.
상당산성님의 댓글

그러게요 어렸을 적엔 해마다 볼 수 있는 풍경이었는데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그때 그 시절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네요.. 수펴스톰님의 공감과 댓글에 감사드리면서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