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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버지의 등을 상속받았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화투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62회 작성일 24-09-25 12:54

본문

[샘문뉴스] ■그는 아버지의 등을 상속 받았다■ - 최경순 샘문뉴스 신춘문예 수상 기념시집 출간
 - https://naver.me/xVBFIaHG

시마을에 2008년부터 활동했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




아버지의 등/ 최경순s



산, 등, 강에서 쉬던 숨찬 뭇 별,

강원도 두멧구석, 어미 젖 잃고 동냥 젖에 물린 박명薄命의 세월
그는 아비 등에 단 한 번도 업히지 못한 무매독자無妹獨子
아버지는 다섯 손가락을 남겼다
먼 날에 짝 맺어 열 손가락으로 서로
등 비비며 다복하라고…

우묵배미 빗물처럼 대물림하던 가난,
그의 아버지는 텃밭 이랑에 등골 빠지도록
지문을 세기고 지우며
단, 한 번도 밭이랑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가 그리울 때면 자반고등어가 생각난다
어릴 적 밥상에 올라온 자반고등어 한 마리
다섯 손가락은 아버지 손 등만 성글성글 쳐다보았다
눈알이 제일 맛있다며 물컹한 눈알만 파먹고 돌아섰던,
표현이 서툰 아버지의 언어는 등이었다

그가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
아비는 임 향한 일편단심 뼈저리게 사뭇 그리워하다
주독酒毒으로 밭이랑 한 번 넘지 못한 채
문짝 없는 대문을 잠그고서
하늘이 주신 운명을 거부하고 일찍 등 졌다

아직 차가운 봄볕 등에 업고
물컹한 살이 뼈를 치켜세우지 못하는 민달팽이처럼
풀뿌리를 부여잡고 우묵배미 기어오르다
밭이랑 같은 봉분이 되었다
어둠을 덮은 소쩍새 울음
별을 부르고 달맞이꽃 등불 밝히니
아버지 파란 등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본다
숨찬 뭇 별,
스스로 둥글게 말아 그를 감싸고 반짝이며 환하게 웃는다

그는 아버지 등을 상속받았다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시를 감상하다보니 하늘에 계신 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마시막 연이 공감으로 남습니다.
늘 건필하소서, 화투연 시인님.

화투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화투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장희 시인님 내방하셨군요
시마을에서 최우수상 받은 것 오랜만에 올려봅니다
습작도 안되고해서요
평안하시죠
하루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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