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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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
길을 걷다 나무와 눈을 마주친다
내 눈은 외면하고 있어도
나무는 익숙한 표정으로 그저 나를 바라보고 있다
감추려는 표정도 없고
가식적으로 바라보는 표정 없이 진실해 보였다
늙어가는 것인지 쩍쩍 벌어진 나무의 주름
등한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내 눈초리
나뭇가지가 정성껏 돌보던 잎사귀
바람은 나무를 안아보고 있다
우듬지를 바라보는 일도 익숙하지 않다
시선은 더 이상 나무와 소통을 거절한다
서로 엇갈리는 시선
항상 바라만 보던 나무도 권태를 느끼고 있는지 몰라
길을 걷다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질 때가 있다
아무 일 없단 듯이 뻣뻣이 서있는 나무의 가증스러움
거들 떠 보지도 않는 나무의 뻔뻔함
다만 뿌리에 힘을 주고 흙을 움켜잡은 죄밖에 없단다
더 이상 나무를 나무로 생각하지 않는 생각의 심지(心志)
저것 봐 바람만 불면 잎사귀를 흔드는 뻔한 나뭇가지의 몸짓을 봐
무표정한 모습으로 한결같은 시선을 봐
나무를 만져도 손은 감정이 없단다
이젠 나뭇잎을 만져 봐도 생각의 감정은 딴짓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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