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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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잠 -
아침 햇살이 새벽을 싹싹 쓸고 있다
아침을 공손하게 맞이하고
숟가락에 밥을 얹어놓기 위해
빈 식탁위에 정성을 가득 채우신다
빈 그릇을 보며 흐뭇해하시고
설거지를 달그랑 달그랑 마치면
어머니의 아침은 커튼을 친다
햇살이 정수리를 두드릴 때
세탁기는 어머니에게 낮잠을 안겨준다
빨래가 세탁기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어머니의 눈꺼풀은 셔터를 내린다
파라다이스 꿈속으로 떠난 어머니
어머니는 강을 건너 숲속으로 꽃을 찾아 떠난다
꽃을 꺾어 가슴가득 품을 것이다
꿈은 어머니 손목을 잡고 안 놔준다
오후 햇살이 돌돌 말리려 하고
과일장수 목소리가 창가에 기웃거려도
깊은 숲을 헤매는 어머니의 꿈
노을이 까치발을 서고 있을 무렵
내 발걸음은 목소리를 낮추는데
베개가 툭 치고 어머니를 깨운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꿈결 같은 어머니의 하루가
입 벌린 석류의 속살처럼
한 알 한 알 뜨겁게 가슴에 맺힙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편안한 저녁 되십시오.
이장희님의 댓글의 댓글

잘 감상 하셨다니 넘 기쁨니다.
어머니의 낮잠을 보고 써 본 글입니다.
귀한걸음 감사드려요.
늘 건필하소서, 콩트 시인님.
안산님의 댓글

꽃잠이라는 시제도 아름답고 내용 또한 맛깔납니다.
새벽을 쓸어간 햇살 덕분에 정갈한 아침을 맞이하고
뽀독뽀독 윤이 나도록 설거지를 마치고 휘휘 빨래를 널고 나면
잠시 시간이 나지요. 그 시간에 잠시 눈을 붙이시는 어머니의 달콤한 잠.
가히 꽃점아러 칭할만 합니다. 정겨운 하루를 담은 예쁜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어머님은 자주 낮잠을 청하곤 하십니다.
깊게 잠드는 편이라 내가 어머님 대신 집안일을 하곤 합니다.
몇년 전에 올려봤던 시인데 새로 들어오신 창작방 가족에게도 보여드리고 싶어 올렸어요.
귀한걸음 감사드려요.
늘 건필하소서, 안산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