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 소녀 -
눈을 찡그리고 년도를 본다
사망년도와 너무 가깝게 서있는 출생년도
피지 못한 꽃망울
사진은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웃고 있다
소녀 앞에서 하이힐이 서성거린다
자꾸 한 번 만 힐을 신어 봐달라는 눈치다
그녀는 소녀의 입술을 만지려 한다
이거 한 번 바르면 입술에 앵두가 생길거란다
립스틱을 바르지 못한다
갇혀있는 소녀사진이 점점 낡는 소리
그녀가 국화 한 송이만 놓고 잠깐 고개를 숙인다
바람이 그녀를 끌고나간다
햇살이 소녀를 휘감고 있을 무렵
유리 속 안에서 침묵만 꺼내 놓는다
긴 머리를 찰랑 거렸을 거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웃었을 거다
찰랑거리는 긴 머리도 굳어있고
수다는 박제되었다
다시는 교복을 입지 않겠다고 말할 것 같아 보였다
좁은 항아리를 두 발로 밀어낼 것만 같다
밤만 되면 울 것 같은 항아리
아파트처럼 모인 항아리들의 울음
소녀는 낮이 없는 어둠만 끌어안아야 한다
소녀가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다
납골당엔 고요만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댓글목록
탱크님의 댓글
고인의 유품을 하나하나 불사를 때마다 생의 흔적은 지워지고 유골만이 남아 가슴을 떠돕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몇년 전 납골당에 간적이 있었는데 우연히 나이 어린 소녀가 있더군요,
어린나이는 교통사고 혹 질병 등이 였겠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너무 어린 소녀의 죽음이래서 좀 뭉클 하더군요.
귀한걸음 감사드려요.
늘 건필하소서, 탱크 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