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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답변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0회 작성일 18-01-15 18:14

본문

 

제2차 답변서

 

 

슬픈 울음을 애써 참으려 하면

막았던 손가락들 사이에서

분수처럼 햇빛이 쏟아져 나온다.

양산과 모자를 잊고 나온 거리의 사람들은

손바닥으로 햇빛을 가린다.

징검돌처럼 놓여 진 거리 위를 걷는 사람들

징검돌 사이로 빠져버린 한 사람을

한 어린 소녀가 손을 뻗는다.

소녀의 여린 손을 빼앗아가는 소녀의 엄마가

소녀를 안고 서둘러 징검돌을 건넌다.

엄마의 뒤통수에 슬픈 작은 두 눈이 박혀진다.

그 옆으로 들키고 싶지 않았던 슬픈 사내가

소녀를 대신 해 한 사람에게 손을 내민다.

한 사람이 불쾌하게 슬픈 사내의 손을 거절한다.

순간 슬픔이 부러지고 늘 같은 박자로 흐르던

징검돌 사이의 유속이 흐느낀다.

징검돌들의 간격이 넓어지다 좁아지다

조심스레 펄쩍펄쩍 징검돌을 건너는 사람들

그 많은 사람들 사이로 아내가 보인다.

햇빛을 가리는지 나를 찾아보려하는 것인지

아내가 징검돌이 끝나는 곳에서

손가락들로 유속의 깊이를 느껴본다.

이윽고 아내는 나를 낚는다.

나를 보며 웃는 눈빛

슬픔마저도 썩게 만드는 악마의 눈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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