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페이지 정보
작성자 다래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73회 작성일 18-01-15 21:11본문
앞마당 늙어버린 밤나무
겨울 한풍에 살갗이 터졌다
갈라진 살 틈으로 눈, 비 스며들까
뿜어낸 진액은 멀건 물이 되어 흐른다
가을 밤톨 찔끔 내어준
늙은 밤나무
이 겨울을 넘기려나
몇 잎 남겨둔 이파리는
새봄을 향한 절규인가
먼발치 해묵은 대추나무도
꽃상여 준비하는데
어찌 그댄 봄을 꿈꾸는가
거칠게 몰아대는 눈바람에
애꿎은 가지들 찢겨나가고
거친 발이 얼어 부스러져도
그댄 지난 삶을 못 잊는가
아니, 내가 정녕 잊지 못하는 건
봄날 물 뚝뚝 떨어지는 이파리도 아니고
여름날 무섭도록 무성한 가지도 아니며
가을날 하늘 가득한 밤알도 아니다
단지 눈부시게 밝은 태양과
어느 밤하늘 멋지게 켜진
수많은 등불,
그리고 그사이 보석처럼 박힌
저 달과 이별하는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