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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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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86회 작성일 18-03-2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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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아무르박


산등성이를 오르면 시간은 더디 간다
질퍽한 길에 빠진 발목처럼
뒷발은 앞발을 잡고 있다

등성이를 넘어 내리막길
시간은 어서 가라고 앞발을 재촉한다
넘어지지 말자고 눈을 부릅뜨지만
잠도 달아난다

절벽 끝에 매달린 소나무
둥지를 위해 힘을 낸다
마당이 넓은 둥지도 가질 수 있어
걱정하지마 남쪽으로 가지를 하나 더 뻗으면

낙엽이 지는 속도는 초속 오 킬로미터
대한민국에 해가 지는 속도는
천삼백삼십칠 킬로미터

날개가 없는 나는
둥지를 버리는 연습으로 한 생을 허문다

아버지는 어찌 알고 이 산을 넘어가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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