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540회 작성일 18-04-11 12:47본문
꿈꾸는 배
천안시 성환 공원묘지에 들어서자 산 아래에 오래된 배 한 척이 정박하고 있었다 바닥이 마른 저 배는 도대체 어떻게 뜨는 것일까? 고인을 배에 옮겨 싣고 모두가 숙연한 마음으로 이별의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파 내려간 바닥에서 점차 물줄기가 비치기 시작하였다 적막하던 묘지가 물굽이를 이루며 부풀어 올라왔다 이곳은 강이었을 것이다 사랑보다 이별이 더 성시를 이루어서 노잣돈을 내야 건널 수 있는 이별의 강이었을 것이다 이곳은 모든 세류의 DNA가 묻혀 있는 바다이었을 것이다 흩어져 있는 세류들이 강을 이루어야 올 수 있는 세류들의 종착지인 바다이었을 것이다 이승과 저승은 굳게 봉인되었지만 우리는 가끔 꿈속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만날 수 있듯이 지금 저 배도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그는 꿈속에서 강과 바다의 흐릿한 경계를 항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미완의 꿈도 성공한 현실도 한낱 폐허에 불과하다 상주인 친구는 공군 조종사이지만 고인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이별의 강을 건너는 데에는 비행기보다는 좀 더 오래 배웅할 수 있는 배가 위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곳에 먼저 묻힌 고인들도 모두 저 배를 타고 강을 건넜으리라 상주의 배웅은 더디었지만 우리는 하얀 접시에 담긴 오후의 햇살을 뱃속에 가득 채우고서는 배신한 혁명의 이름을 달고 있는 조화처럼 더욱 싱싱해져 갔다 며칠 후 삼우제를 끝낸 친구 아내로부터 고맙다는 문자가 왔다 꿈속에서 아버지를 태우고 하늘을 훨훨 날고 있을 친구를 대신해서.....
댓글목록
서피랑님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 척의 배,
그렇군요, 이승을 떠나 저승에 이르는 배,..
무덤, 관의 이미지에서 끌어내셨군요,
잘 감상했습니다.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는 길은 강나루 지나야겠지요
배도 타야겠지요
누군가의 추억 속에 잠겨야 ... 겠지요
고맙습니다
석촌
조현님의 댓글
조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성환 공원묘지에 가면
실제 꽤 큰 오래된 배 한척이 있습니다
고인을 위한 배려인지는 모르겠으나
누가 일부러가 아니면 ...
두 분 시인님 정성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