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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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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목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1회 작성일 18-09-18 11:13

본문

저녁풍경



나를 오래 기다렸던 횡단보도

길 끝 벼랑 같은 타이탄 트럭 위

산지직송 주문처럼 내걸고

찰 토마토 꿀참외 수행 중이다

좌대에 비좁게 가부좌 틀어

오늘 하루 눈물깨나 흘렸다면

달디 단 내 몸 가져가 위안하라고

수십 번 공부하던 경전 외며

애타게 사람들 불러 모은다

저 가르침을 깨쳐야 하는데

석양은 외면한 채 사라지고

무심하게 깜박이는 신호등

몽매한 중생들은 총총히 집으로 향한다

어둑한 숲처럼 서있던 아파트가

하나 둘 불을 켜고

저들도 자체발광 불 밝히고

아늑한 포장아래

찰지고 꿀맛 같은 저녁을 맞는 것이다

화두 같은 저녁을 맞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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