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 버스 종점에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白民 이학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384회 작성일 17-09-03 18:35본문
17번 버스 종점에서
白民 이학주
가로등 불빛이 아슴아슴 졸고 있는
변두리 17번 버스 종점
밤 11시 50분
저녁마다 이 시각이면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이 있었다
썰렁한 시간이 꽤나 길게 흘렀을 때쯤
초조한 여인의 얼굴엔
어둠 속 깊숙히
절망하는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하루의 일과를 수송하고 돌아온 버스에서
일당 지폐 몇 장에 육신을 팔고 오는
인력시장 일용 잡부들이
피로한 몰골로 쏟아져 내리고
서둘러 흩어지는 무거운 발걸음 소리
한 자국씩 멀어져 갔지만
기다리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자정을 넘긴 지 이미 오래
막차는 끝내 오지 않았고
여인은 어제처럼 또 다른 종착역을 향해
되돌아서서
체념(諦念)의 무게를 추스르고 가는데
그 뒤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소리 없이 따라가고 있었다.
2015. 09.14.
한국문인협회 발행"한국문학인"2015년도 겨울호 수록
李 學 周 인 |
댓글목록
시세상운영자님의 댓글
시세상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루 한 편 씩 올려주십시오
이미지 또는 개인의 홈페이지 링크를 삼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더
한 편은 자유게시판으로 옮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