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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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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벼꽃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2회 작성일 18-11-15 23:31

본문

가을!

어둠이 여물어가는 동네 공원

간만의 평화에  내 몸을 누인다

바람도 자고 어두움도 자고

스산 스럼의 사위도 잠들고

휘영청 교교 한 달빛도 잔다

나풀나풀 빙그르 맴도는 낙엽도

세상도 잔다


마음 누일 수 있는 자유의 시간을 감사하며

쏟아지는 달빛에 몸을 맡기며 옷깃을 여민다

천지에 가득 한 마지막 만추는 이렇다 할수없이

깊어만간다


악을 쓰며 징징대는 매미의 짧은 삶

7년의 동면에 들어가 재 탄생의 역사를 예고하고

짝을 찾는 귀뚜리도 풀벌레도 숨을 멈춘 이곳


소주병과 음료 깡통 과자 봉지

아이가 놓고 간 헐렁한 모자와 외투 한 벌

더러움과 무질서의 조화가 꽃물들인 어제의 공원

마루 바닥에 양초 풀 먹인듯 반질거린다.


꿈속을 유영하는 잠옷 입은 몽유병 환자처럼 

자정이 꺽어진 이 시각 어두움 속에서 

누군가 비질을 한다.

아이들이 쉼이 없이 짓고 까불고

한두 옥타브 높은  재잘거린 영혼도 잠 들어있는 이곳에


어둠의 한켠에  꺼므스름한 인영은 허리 한 번 펴지않고

둘레길 안팍 땅 바닥에 먹줄을 튕기기 위한 빗자루질을 한다

셀수없는  사람들이 흘린 표적의 흔적 까지 쓸어버리는 양


내 영도 그 인영의 흔들림에 맞춰 평행선을 그은다

그의 작은 영웅심 전율의 파장이 되어 찐한 감동을 준 그 밤

비단실같은 10월을 수 놓으며 만추의 밤을 감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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