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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성의 회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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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4회 작성일 18-11-30 11:32

본문

잃어버린 성의 회심곡 / 백록

 

 

 

과거의 나는 여자 앞에만 서면

반드시 무릎을 꿇어야하는 맹신이었지

물론, 신은 벗어야 경건하다 하겠으나

급하면 급할수록 죄다 무시한 채

허겁지겁 덤벼들던

 

치열한 집중이 끝내 소원을 성취하던

블랙홀처럼 깊숙한 그 궁전엔 늘

붉은 신비로움이 감춰져 있었지

 

건조한 지금의 시야엔 그날의 터무니가 사라진지 퍽 오래다

하여, 굳이 무릎을 꿇을 필요가 없다

뚫어져라 집중해야할 흔적조차 너무 멀어졌으므로

마땅히 엎드릴 까닭마저 잃어버렸으므로

 

하 세월의 건망증처럼 흐리멍덩해진 오늘따라

화살촉 같은 집념을 품던 그날이 아련하다

오로지 관중을 향해 질주하던 동공의 아래가

이 계절의 낙엽처럼 몹시 측은해지는데

문득, 여자만의 장어가 그립다

꾸물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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