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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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474회 작성일 18-12-03 09:13본문
억새의 정체 / 백록
- 새별오름에서
꽃이라기엔 뭔가 부족한 듯
하여, 안갖춘꽃일까 싶은
백로白露가 기웃거릴 때쯤이면 어김없이 꽃 피우는 너는
얼어붙어도 태워도 다시 살아나는 너는
정녕, 억겁의 생이더냐
한세월 눈무덤에 파묻히다 잿더미에 파묻히다 초록으로 되살아나 핏빛으로 꽃 피우다 마침내
백발이 성성해지는 당신이야말로 삼백예순날 산자락 삼백예순 오름들을 지키는
산신령의 분신이거나
간혹, 칼바람에 휩싸이는 날이면 겁먹은 꿩이며 노루들을 품고 억억 울부짖는 당신은
혹, 지난날 이 섬의 여한으로 남은 넋들의
억울한 초상이거나
곳곳 흐드러진 것을 보노라면 한낱 별 볼 일 없는 풀인 듯
천고의 계절에 해와 달 그리고 별들과 어우러지는 순간
찬란한 꽃들의 살풀이 사위인 듯, 혹은
날지 못하는 새들의 통곡인 듯
그런 당신의 진정한 본색은
과연, 무엇이더냐
댓글목록
선아2님의 댓글
선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게는 할머니의 하얀 머리결 같은 억새가
이리도 풍성한 전설을 지니고서도
또 다른 전설을 잉태할것 같습니다
즐감하다 갑니다 김태운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주도 억새는 사실 전설을 품엇지요
할망 하르방은 물론...
개중에 칼바람을 품고 억센 세월을 품고...
지칠 새 없이 핏빛 꽃 피우는
감사합니다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파급효과가 엄청난
향기가 생략된 백학이라고 해도 무리없을 홀씨에
나비춤일 것 같습니다
본색은 하염없는 깃발 쯤
백록시인님 고맙습니다
석촌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향기는 하얗기도 하고 핓빛이기도 합니다
죽어도 살아 잇는 꽃
물론, 하염없는 꽃이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