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꿈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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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래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87회 작성일 17-10-13 18:54본문
나는 꿈꾼다.
비탈진 언덕에 계단이 있기를,
그리고 그곳을 올라
검불처럼 살 수 있기를
나는 꿈꾼다.
너른 들판을 굽이쳐가는 강물이
넘쳐나지 않기를 ,
그리고 그곳에 천년만년
살 수 있기를
나는 꿈꾼다.
억세 우거지고 투구꽃 만발한
산길을 찾아갈 수 있기를,
그리고 그 길을 한 없이
걸어 볼 수 있기를
나는 꿈꾼다.
하늘이 내 눈 속에 머물기를,
그리고 그 눈으로 하늘 너머
별들을 볼 수 있기를
나는 꿈꾼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기를,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내 몸속 욕망을 식혀 주기를
나는 꿈꾼다.
광풍을 타고 비가 오기를,
그리고 가두어져 메마른
대지에도 새싹이 움트기를
나는 꿈꾼다.
천둥 치는 여름 한낮을,
그리고 그 속에서
평안한 잠을 잘 수 있기를
나는 또 꿈을 꾼다.
욕망의 찌든 때를 버리고
아침나절 이슬처럼 흔적 없이
갈 수 있기를 ,
그리고 내 삶이 온전할 수 있기를
아, 그러나 나는 꿈을 버렸다.
되돌릴 수 없는 치욕의 과거,
실현할 수 없는 무능력이
나를 절멸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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