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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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45회 작성일 19-01-13 18:27본문
씨앗을 덮고 있는
오동잎이 버려진 흙빛이라고
품는 마음조차 흙빛은 아닐 것이다
푸른 오기가 시나브로 삭은
흙빛이 저의 본 색깔이라는 듯
더 이상 추락할 곳 없는
음습한 그늘이 저의 본 자리라는 듯
본래의 색깔과 자리를 되찾았다는 듯
하릴없는 햇살은
쑥부쟁이 시든 꽃잎 위에 계면쩍고
과녁잃은 바람은
빈 가지 사이로 허방만 후려칠 때
이제는 피하거나 기다리지 않는
비껴가는 계절의 흔적이 되어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나를 버려야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일을 찾았다는 기쁨에 겨워
들썩이던 어깨춤이 끝날 무렵
오동잎은
흙빛 아닌 흙이 되어 있을 것이다.
댓글목록
선아2님의 댓글
선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동잎이 가는 길이었군요
잘 보고 갑니다 작손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