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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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452회 작성일 19-01-18 11:18본문
나의 정체 / 백록
애초, 물이었지
어느 날 문득, 플랑크톤 같은 것이 어느 자궁으로 똬리를 틀었지
억만 개 중 불과 한 점이 꿈틀거리면서 몸피를 키웠지
그로부터 대강 열 달 후,
이 세상 한 줄거리로 대가릴 내밀며 외떡잎의 싹을 틔웠지
어쩌다 사라져버린 뿌리 대신 다리가 자라면서
어느 집 개가 되어 꼬리를 흔들며 날뛰었지
두 말할 것도 없이 한동안 우리 집 강아지라 불렸으니
허나 개도 개 나름, 이리저리 방황하던 개는
슬슬 들짐승의 본색이 나타났지
화가 나면 송곳니를 드러내어 으르렁거리고
배가 곯으면 혓바닥을 핥거나 멍멍거리고
흘레가 그리우면 마구 헉헉거리다
주제에 이순이 넘어서야 수컷의 지랄이 점차 잦아들었지
그만하면 오래 살았다는 증거랄까
비로소 사람다워지고 싶은 거지
화가 날수록 다물고 배가 곯을수록 참고
어차피 발기부전이라 흘레엔 거리가 멀어졌으므로
용불용설은 역시, 설일 뿐이므로
이제 남은 세월은 세상을 어둡게 물들이던 내 그림자를
유체이탈로 몸에서 떼어 놓는 일이지
그마저 어렵다면 남은 세월 먼 바다로 흘려버릴
애초의 물로 뒤섞이다 증발하는 순간
마침내, 어느 시인과 마주하는
귀천貴賤 없는 귀천歸天이거나
댓글목록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글은
실상을 벗어난 철학**
사바에서 부르는 열반의 노래로 들립니다^^
석촌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설마요
개 같이 벌어 정승 같이 살라 했는데
벌기는 커녕
아직도 짐승의 수준입니다
감사합니다
최현덕님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역쉬 백록의 아호는 임자가 따로 있습니다.
시산맥을 따르다 보니 어느새 한라산 정상입니다.
백두까지 가야 할텐데요. 열심히 심호흡으로 오르려 합니다.
그 누구의 1시간 강의보다 값진 보양식품입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최시인님의 시산맥은 바닷속 밑바닥을 발으시고 오르셔야 한라산일 텐데요, ㅎㅎ
백두는 통일 후에나 올라볼까 합니다만...
그게 우리 생전에 이루어질까요?
늘 머물러주시고 아낌없는 격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