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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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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대최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6회 작성일 19-01-2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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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일지

주머니가 무겁다 아니 사실 손이 무겁다
무거운 손을 주머니가 받아 주었다
손의 습관을 주머니는 알고 있었다
손은 무거움을 내려놓기 위함이라며
주머니 이곳저곳을 헤맸다
닿이면 잡고 보는 습관을 버리지 못한
손 때문에 주머니가 좁아졌다
놓으면 되는데 그러면 되는데
주머니도 손도 잡기만 했다
잡힌 손을 잡은 손을 뿌리쳤던 기억에
습관처럼 꺼냈다 떨고 있는 기억을
주머니가 다시 잡아 주었다
습관으로 더 무거워진 손이 건져 올린 건
번호표였다 숫자들에서 병원 냄새가 났다
병원은 냄새를 지우지 못했다
병원 로비에 번호표를 들고
조각된 듯 앉아있던 사람들의 흉상이 떠오랐다
가벼워진 주머니와 병원의 관계를 말하기 위해서는
기다려야 했다 손에 들린 숫자만큼
숫자의 앞과 뒷 이야기는 뿌리가 같았다
불려지기를 기다리는 마음
땀이 배일 정도로 꽉 잡은 마음
손이 무겁다는 것은 핑계였다
마음을 찾는 핑계
슷자와 마음의 관계를 아는 주머니는
손의 침입을 거부하지 않았다
수많은 손과 주머니의 주인들은
숫자에 기대어 살다 숫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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