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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삶이 막장으로 토론하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0회 작성일 19-02-02 19:37

본문

<존재와 삶이 막장으로 토론하다>


존재가 경솔해질 때쯤

삶이 소멸을 지독하게 원할 때가 있다

그 사유란 흡사 입사지원서와도 같다

정해진 답이 있을 리가 없음에도

꾸역꾸역 써내려가야만 하는

경멸과 자괴로 점철된 한 장 소설인데

그 경솔함에 사유를 대야 함은 왜인가


사색 끝에 내린 결론이 참으로 고약하다

세상에는 아직 죽어야 할 놈들이 많다

죽임을 당해야 할 놈들이 많다

곱게 죽어서는 안 될 놈들이 많다

그럼에도 너는 소멸을 바라 마지않는가

그가 곱게 죽지 못하는 꼴을 보기 위해서라도

살아야 한다, 죽이지도 못할망정

반드시 살아남아야만 한다


존재는 항상 실없는 문답에 실소한다

목숨의 무게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총탄과 칼날이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애송이 주제에 백정이며 포정을 논하는가

어쭙잖게 독을 품어버린 존재를 앞에 두고

그저 실성뿐인 논리로 꾸역꾸역 살아가는

삶이 항변하기를

이마저도 없으면 대관절 무슨 이유를 대야 하는가


늘 그랬듯

이날도 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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