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공동묘역에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63회 작성일 19-03-11 19:58본문
가족공동묘역에서 / 백록
당신들 죽으면 양지바른 뒷산에 묻어달라던 유언에 한 치도 어긋남이 없는
그 터무니를 살피고 있다
한 귀퉁이로 하얀 목련의 일필휘지 태세가 예사롭지 않다
하늘 가득 만장의 한지를 펼치고 붓끝을 세우고 있다
배경엔 이미 큰 소낭 몇 그루 짙게 그려져 있는데
아무래도 거창한 동양화 한 폭 붓질할 낌새다
한 눈 팔다 조상님들 안부가 궁금하여 잠시 고개를 숙이는 순간 잔뜩 긴장한 큰개불알꽃이라는 놈들이 목련의 심기를 노려보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내 고향마을 이름이 큰개인 걸 보면 이놈들 꽤 근친이겠다 뇌까리다 손톱만큼의 초라한 꼴이 이름과 걸맞지 않다며 족보를 살펴보니 봄날이면 양지 바른 곳에 연보랏빛으로 제일 먼저 피는 꽃이란다. '오오이누노후구리'라는 어벌쩡한 왜놈들 근본도 모르는 말 그대로 따라 불렀단다. 이름과 썩 어울리지 않아서 '봄까치꽃'이라 고쳐 부르기도 했단다. 비록 하루살이라지만 이틀을 살고 시들해지면 무슨 짝에 쓰겠는가. 이 적적한 곳으로 찾아온 봄을 조상님들께 잽싸게 고하고 있는 저 갸륵한 심사, 어찌 예쁘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늘 헤어지더라도 새해 이맘때쯤 또 만나면 될 터인데
내친김에 저 이름에 가당치 않은 불알을 떼고
나와 같은 이름 석 자로 줄여봤다
하얀 목련을 보라로 목메며 연연하는
‘큰개꽃’으로
댓글목록
선아2님의 댓글
선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봄빛 가득한 봄날의 정경이 그림 한폭입니다
오늘 개불알꽃이 큰개꽃으로 이름이 바뀌는 날입니까
조그마한게 아주 이쁘게 나오는데요
잘 보고 갑니다 김태운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꽃 이름을 몰라 절쩔매다가 어제 늦게야 그 정체를 알앗답니다
감사합니다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족 공동묘지를 떠올리다가
큰 개불알 꽃에 생각이 미치는 군요
제주에 가족 묘지는 어쩌면 힘들었던 옛날에 모습 자체 입니다
대부분 돌 밭을 정리하고 자리한 봉분들이 지난 격정과 아픔이
고스란이 남아 있는 듯 했습니다
어딘가 피었을 큰 개꽃을 가슴에 새겨 봅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봄을 맞아 여기 저기 꽃 갖다 붙인 꼴이 되었습니다
목련과 큰개불알꽃 사이에서
이 무덤 저 무덤 사이에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