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65회 작성일 19-03-13 23:29본문
봄비.
수상한 창밖의 변화를 느꼈을 땐
한동안 창문을 열었던 적이 없음을 발견한다.
길가 구석자리에서 웅크린 채로 비를 맞는
늙은 길고양이의 눈빛이 나와 마주쳤을 때
그리 낯설지 않음은
지금 내리는 이 비는 봄비임에 틀림없다.
나 혼자 그녀의 입술에 입맞춤하고 난 뒤,
표정 없는 그녀의 눈빛,
서둘러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
그때부터 소리 없이 우는 방법과
눈물 없이 우는 버릇이 생겼다.
저 웅크린 늙은 길고양이처럼.
텅 빈 거리에 오래되어 딱딱하게 칠해졌던
이별의 순간들이 서서히 벗겨져 나간다.
마지막 색칠이 벗겨져 길가에 버려졌을 때
가느다란 울음소리와 함께
눈물이 흘러내린다.
닦아 낸 눈물 속에서 녹아내린 커다란
고통의 일부가 만져진다.
어느새 멈춘 눈물 앞으로
비로소 봄비가 내린다.
늙은 길고양이도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
댓글목록
작손님의 댓글
작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멋진 시, 고양이는 울음 소리를 내고 시인은 고통을 눈물로 적시고, 시를 수수께끼로 만드는 대신 읽는 이에게 울림을 던지는 능력이 있군요. 잘...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있으라 내리는 이슬비의 예리한 과도로 깎은
과육의 깊은 맛이
울대를 타고 넘어갑니다
석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