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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노 걸린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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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12회 작성일 19-03-25 15:04

본문

돌림병 창궐하는 도시에서 나만 아무렇지도 않은 느낌 말이야, 붉은 종기로 뒤덮힌 나무들이 핏덩이처럼 새를 토하며

열에 달뜨서 몽롱한데, 나만 멀쩡해서 생석회처럼 뿌연 안개에 젖을 때, 다들 죽어가는데, 나만 벌써 죽은 느낌 말이야,

다들 죽을 때 함께 죽을수 없는 개체는 수의를 입고 태어난다는데, 옮지 않는 꽃을 피우려고 가렵지 않은 살갗을

피가 나도록 긁어, 손톱 끝으로 꾹꾹 눌러 만든 꽃망울이 피기를 기다리는데 엄마가 눈치도 없이 과산화수소수를

발라대는 느낌 말이야, 하늘에 위생솜이 둥둥 떠다니고, 억만개의 주삿바늘이 땅을 향해 한꺼번에 꽂히는, 중천에

매달린 빛의 링거에 억조창생이 매달려 있는 이 푸른 병원에서 함께 앓을 병이 없는 생이여! 돈 봉투를 주어야할지,

과일 쥬스 한 박스로 떼워야할지 모를 병문안 같은, 앓아본 적도 없는 병을 아는체 해야하는 돌팔이 의사 같은,


검은 반점을 가지고 싶어 산불에 뛰어든 흰 사슴이야, 나는 지금 그런 느낌이야


 

댓글목록

부엌방님의 댓글

profile_image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싣딤나무 시인님2월의 우수작 발표에
당선 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너무 멋지십니다
즐거운 하루 되셔요^^

싣딤나무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댓글 답변을 드리려고 한참 저의 글을 찾았습니다.
모두들 참 열심히들 쓰시네요.
우수작 발표에 당선?
ㅎㅎ 잘못 아신듯, 제 시는 가작에 올라 있던데요.
어쨌거나 그것을 축하해주시는 것이라면
감사드립니다. 늘 부족한 글에 댓글 달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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