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와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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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351회 작성일 19-03-30 10:03본문
세차와 무지개
우즈베키스탄이 고향인 유리는 마당에 잔디가 있는 빈 시골집 사랑채에 세 들어 산다.
말이 세 든 것이지 40번지의 주인이나 마찬가지다.
감나무 수확 철에나 한두 주일 주인집이 나타나 감 작업을 마치고나면 안채는 다시 자물쇠가 채워진다.
살기 바쁜 주인이 밖에서 살고, 살기 위해 바쁘러 온 유리는 안에서 산다.
유리는 퇴근하면 마당 잔디밭 한가운데에 2000년식 중고 소나타를 주차시키고 흙을 밟지 않고 사랑채에 들어 잠을 잔다.
햇살 좋은 휴일, 늘어지던 늦잠도 지겨우면 심심풀이로 세차를 한다.
흙물 튀어오를 일 없는 폭신한 잔디를 밟고 서서 물 호스를 들이대고 세차를 하다보면 고향에 두고 온 아내가 좋아하는 무지개를 만난다.
그러면 세차는 뒷전이고 흩날리는 미립자에 찾아온 무지개 허리춤에다 아내를 번쩍 들어 올려 태운다.
아내의 눈부시고 풍성한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젖을 빠는 아이가 방글방글 웃는다. 2년 전 떠나올 때 이름만 지어놓고 왔다.
아직 엄지발가락을 만져보거나 볼을 꼬집어보거나 곱똥을 찍어먹어본다거나 하지 못했다.
햇살이 기울 때까지 무지개를 만들고 논다.
하루 종일 세차를 하는 일은 지겹지 않다.
무지개는 지구 어디에서 피어도 다 똑같다.
빨주노초파남보 배열조차도.(*)
댓글목록
선아2님의 댓글
선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힘든 객지 생활속에서도 가족과 함께 하고픈 꿈이 있기에
참고 견디겠군요
잘 보고 갑니다 파랑새 시인님
파랑새님의 댓글의 댓글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타국생활은 고향을 등지고 잠시 유보해놓는 시간이어서
그 쪽만 봐도 아지랑이가 피는 거겠죠
지구인.
가족을 위해서라면 지구 반대편에 있어도 빼꼼 들여다보면 바로 수직으로 포개어져 있는 셈이니까요~
봄바람에 나븟나븟 소식 전하는 선아2시인님! 감사합니다~^^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리움을
무지개로 피워 올리셨네요*
만리 타국이면 더군다나요, 가슴에 꽃처럼 피어나겠네요^^
석촌
파랑새님의 댓글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집 마당에 목련이 울울한데 그 사이로
세차하다 하늘에 물을 뿌리고 놀길래
그게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석촌 시인님^^
파랑새님의 댓글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호흡이 꼬이고 마당이 없어진 듯해서
연을 바꿔봤습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가정적인 직업을 골랐습니다.
홍예문을 오작교로 알고 하루에도 몇 번씩
견우와 직녀가 되겠습니다.
기왕이면 한 쪽은 한국에 다른 쪽은 우즈베키스탄에
걸리도록 무지개를 늘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파랑새 시인님, *^^
파랑새님의 댓글의 댓글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그렇군요
지구에 비 내리는 하루 잡아
유리네 사랑채 서까래에 한 쪽 묶고 보내 아이 엄지발가락에 걸어놓아야겠습니다
기막힌 생각이십니다~
감사합니다 추영탑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