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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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464회 작성일 17-10-31 09:46본문
아무래도 / 안희선
넋 놓고 길을 걸어가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와, 느닷없이
나보고 "아직도 살아있느냐"고 했다
나는 오히려 그 사람이
유령 같았는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다
그 사람, 또한
산 송장 같은 날 보고
얼마나 놀랐을까
산다는 일이 문득,
미안해진다
남에게 기쁨은
주지 못할 망정
이런 추레한 모습만
보여주고
돌아보니
세상의 길 위에 남겨진,
내 발자국이 초라하다
방황 끝에 더 이상 갈 곳 몰라,
멈추어진 그 흔적
총총(叢叢)한 사람들 사이에서
오늘도 푸르게 빛나는,
나의 죄
그것이 있어,
지금껏 살아왔겠지만...
아무래도,
터무니 없이 자비로운 하늘은
나를 너무 오래
세상에 머물게 하나 보다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삶과 죽음은 종이 한장 차,
그런 말이 새삼스럽니다. 지금도
생성과 소멸은 동시성이겠지만,
숨이란 게 의식을, 영혼을 다채롭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가을 화창하고, 늘 건강하세요.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말씀처럼, 문지방 門地枋 넘어서가 곧 저승이란 말도 있지만..
(김주혁이 그렇게 어이 없이 횡사 橫死하는 걸 보아도 그렇고)
암튼, 요즈음은 숨 쉰다는 게 참 미안한 나날입니다 - '숨'을 말씀하셔서
사람이 한 평생 살아가며
이 세상에 온 최소의 값은 해야하는데
(그게 꼭이 그 무슨 잘난 지위, 화려한 명예, 억수로 돈 버는 일에 관한 게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이 나이 되도록, 이루어 놓은 게 아무 것도 없음에
이런 저런 회한만 깊어가고 그렇습니다
다른 건 몰라두, 소위 시를 쓴답시며
정말 좋은 시나 한 편 쓰고
떠나가면 하는데
그것두 점점 무망 無望한 일이 되어가고..
부질없는 넋두리 같은 글에
귀한 말씀을 남겨주시니 고맙습니다
활연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