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먼로의 초상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마릴린 먼로의 초상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이주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6회 작성일 19-04-14 10:49

본문

마릴린 먼로의 초상 / 이주원

먼로를 그리고 싶지만 사실 그녀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 입가에 점이 있었다는 막연함 외에는. 잊었음을 기억해내기까지 꼬박 7년이 걸렸다. 7년만의 외출은 그녀를 만나기 위한 것. 다른 단서는 없기에 하릴없이 점 속으로 들어간다. 스멀스멀 면적을 늘리던 점은 두 눈을 삼키고 밤으로 자라난다. 각막에서는 갓 태어나기 시작한 별빛들이 일그러지며 어둔 하늘을 갈라놓는다. 흑과 백으로 그려지는 밤의 충돌. 무한히 분열하는 점들을 통과하자 묘비가 보인다. 여배우의 이름이 익숙하다. 6피트만큼 파헤쳐 내려간 무덤. 그 속에서 마주한다. 거멓게 식은 얼굴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더기떼를. 모자이크로 가려도 별반 달라질 것 없는 몰골. 처량함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문드러져 위치를 찾을 수 없는 입술로
dd25db8f67ecdbd8ca47c1c4c39d89b4_1555206542_57.PNG
립스틱이 판화가 되어 찍힌다. 시신에게 만들어준 엷은 입술. 그곳이 제자리가 맞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아무렇게나 떠있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그래서일까. 잠자는 꿈속의 미녀는 다행히 깨어나지 않고. 온기와 한기가 섞여 만들어내는 온도가 딱 적당하다. 지하철역 환풍구로 새어나오는 바람의 그것처럼. 헐렁한 속옷은 격자무늬 바람에 들려올라가다 두 손에 억눌러지고 만다. 시체성애자는 결코 사랑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므로. 돌아오지 않는 강에 새긴 붉은 달 자국을 흘려보낸다. 먼로에겐 미안하지만 초상화는 미완으로 남을 것이다. 없는 얼굴을 멋대로 지어낼 수는 없으니까. 그녀는 눈이 없어 이 그림을 보지 못할 테니까. 이것도 언젠가는 지워지겠지. 침대시트에 흰 얼룩으로 번진 점묘화처럼.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0건 1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게시물이 없습니다.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