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패자(敗者)의 변(辯)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어느 패자(敗者)의 변(辯)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작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4회 작성일 19-04-15 13:45

본문

웃음이 사라지고 적의만 번쩍인다

피 냄새를 쫓아 빙빙 돈다

두려우면 무릎을 꿇어!

망막에 번개가 치고 관자놀이에 천둥이 울리면

흐드러지게 붉은 꽃잎이 입가에 번지고

일그러진 장미는 짓밟힌 깡통처럼 바닥으로 무너진다

장미를 짓밟는 쾌감일까

링을 엄습하는 벌떼 같은 환호 속에

팽팽하던 적의는 먼 해변 파도처럼 가물거리는데

순간 슬픔에 앞서 다가서는 짙은 공복감은

허기로 채워야 할 내일이 일그러진 오늘

링 바닥 차가운 슬픔보다 두려운 탓일까

우리라는 말이 사라진 사각의 링에서는

옳든 그르든 진다는 용어에 관용은 없어

너 아니면 나, 승부를 가릴 단 하나의 손만 필요해

이유 같은 것은 이긴 뒤에나 물어봐

지금 저 링 아래 이글거리는 눈빛의 관객에게 던져줄

승자의 먹다 남은 빵부스러기 같은 야성 한 조각의 대가가

한 끼의 포만을 향한 치사한 본능일 수도 있지만

천사의 옷을 걸쳤든 짐승의 본성을 물었든

풀잎 낀 양의 이빨이든 늑대의 피 묻은 이빨이든 씹어야 해

씹기 위해 내일도 사각의 링을 돌아야 하지만

허물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파고드는 차가운 빗방울 하나

오싹한 느낌을 지우느라 눈을 감는 순간

요람처럼 편안히 흔들리는 고향 강언덕

꿈결처럼 환하게 흔들리는 복사꽃 그늘이

물러나지 않는 겨울 예감을 한사코 밀어내고 있었다

눈을 뜨는 대신 글러브를 벗기로 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0건 1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게시물이 없습니다.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