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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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선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658회 작성일 17-11-01 10:14본문
육필
꽃 진 자리 만장이 펄럭이고 있다
결실을 향해 끝끝내 달리던 콩이며 고추며 들깨
이른 서리에 시들었다
세상물정 모르는 사내
식당일에 새벽까지 골아떨어진 아내
발기된 마음으로 슬그머니 젖무덤을 애무하듯이
사랑한다, 너밖에 모른다고
허공에 도르르 말린 대롱 주홍 꽃술에 입맞춤하며
얼마나 많은 거짓 고백을 핥아댔던가
말라비틀어진 백일홍 아래
주홍부전나비가 낙엽처럼 누워있다
꽃으로 환생하고 싶었는지 한쪽 날개가
바르르 떨고 있다
나비는 안다
식물인간이 되면 가슴을 쪼개어 심장을 적출하듯이
늙어버린 아들에게
장판 밑을 들춰보라는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 같이
뇌사가 된 나비가 한쪽 날개를 떼어내
고해성사를 하고 있다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가 아주 깊고 예리 또한 번뜩입니다.
사물을 가차했을 뿐인데, 그들이 준동해서
아우라와 자장이 생기는 시.
시는 직설어법을 피한 간곡함 때문에
깊이 스민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생을 물거울에 비춰보듯이, 그 깊은 속을
탐색하듯이, 그래서 전이되는 다이돌핀.
김선근님의 댓글
김선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쿠,,,,천재 시인님께서 누추한 곳까지 오시다니 ,,,,,
어제 김포 텃밭에 갔는데 시들어버린 백일홍 꽃술 위에 나비 날개 한장이
오롯이 꽃잎처럼 놓여 있었지요
마치 조문을 표하듯이 ,,,,,,아 나비가 ,,,,
아주 기뻤습니다 요즘 시상이 메말라 전전긍긍했는데
시감을 찾았으니까요 ,,,,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님께서 가슴이 그리 따뜻하고 넉넉한지 몰랐지요
덕분에 깃털이 되어 왔습니다
과찬의 말씀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