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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시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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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7회 작성일 19-05-15 16:00

본문

나의 작은 시인에게




바람이 불면 모두 고개를 숙이게 되지
바람이 되어서라도 너를 데려가고 싶어
바람은 꽃을 납치해서라도 꽃망울 터뜨리게
하고 싶은 거야
아이처럼 바람에 너를 맡겨
지식은 어떨 경우엔 시를 방해하지
아이가 바람과 대화하는 방을 기웃거리지 마
바람에 맡겨
방해하지 마
은사시나무 우거진 숲에서 바람을 만났어
바람이 머무는 호숫가에서 시를 만났어
문명의 성장이 아이의 성장을 망쳤어
너를 납치해서라도 너를 지키고 싶었어
그러나 이건 실정법 위반이지
바람이 널 키우고 은사시나무가 널 지키고
호숫가에서 자유롭길 바랐어
납치해서라도 바람에게 시를 들려주고 싶었어
은사시나무 꿈꾸는 숲가에 서서
너의 시를 나직이 읊조려봐
아마도 바람의 웃는 모습이 보일 거야





*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에서 제목을 빌려 옴.
추천0

댓글목록

부엌방님의 댓글

profile_image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은사시나무가 자라는 호수근처에 바람꽃이 보이는
노란 소국화 같기도 하고 들국화 같기도하고 개미취같기도하고
꽃은 찬란하게 피려고 하지만
 바람에 맡겨지고 싶은
시인의 마음이 정갈이
호수에 잔물결을 요동치게 합니다
너덜길 시인님
오독이면 어때요 그쵸^^
만나면 반가운 것이지요
시가 따라롭게 봄과 가을에 닿아 있네요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영화의 마지막에 아이가 "시가 떠올라요" 하는데, 아이에겐 더 이상
그 시를 알아주고 들어주고 받아적을 어른이 없게 되지요. 너무 슬픈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시마을'이 좋습니다. 여긴 시를 읽고 듣고
알아주는 눈과 귀와 마음들이 있으니까요.

하늘시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람의 웃는 모습과 어린아이의 웃는 모습이 곱게 닮은 듯 ..

은사시나무가 지키고 바람이 키우는 호숫가..

잔잔한 시 한편 잘 읽었습니다

나의 작은 시인의 소재가 마음에 와 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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