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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시학(詩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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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409회 작성일 19-05-19 18:22

본문


     초보 시학(詩學)




그런날이 있었다

비는 숲으로 내리고
나무들의 초록이 빗방울을 타고
하늘 언저리에 푸른 멍으로 뭉쳐지고
있는데
 

나는 언제 시인이 되어 너에게

갈 수 있을까


흰빛의 끝을 돌아나오는 비안개 처럼

뭉클 뭉클 일어서는 생각들
손위에 뭉쳐 놓고 푸르스름 젖는데

숨소리를 바꾸면

나도 저 물기 흥건한 초록 일 수 있을까
오래된 살냄새를 씻을 수 있을까
다만 하나의 눈빛으로 너를 볼 수 있을까

발을 버리면

너에게 깊어져 다시 죽지 않고
봄마다 시퍼렇게 살아날 수 있을까

빗방울 하나가 눈썹에 매달려
눈속으로 뛰어 들 때 까지

흙을 놓고 하늘 속으로 푸르고 푸른
제 속말을 던지고 있는 나뭇잎을
밥도 잊고

바라 보던
그런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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