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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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48회 작성일 19-05-25 18:41본문
치매
어느날 마음이 유해진 신이 물어요
뭘 줄까
평생 바래온 건
젊은 몸 노년의 지혜 흔쾌히
고개 끄덕였지만 바쁜 신
순서를 바꿔 놓고 말았네요
기억 밑에 접힌 이름
누굴 만나도 쭈글쭈글한 주름 한껏 열어
노란 햇병아리 웃음으로 누구냐고
첫인사를 하죠
엎지른 물도 아닌데
되돌아 되돌려 달라지도 못하고
다 열려 버린 비밀의 문 밖
신 신겨 내보낸 저 더운 몸둥이
누구냐고
온종일 거울을 닦아요
홀로 운률을 짚어가는 바람의 말투
처음이 간직한 눈빛을 쓰다듬다가 불현듯
소스라쳐지는 얼굴
보고 또 보고 메마르고 질퍽해져요
밥이에요 가만 부르면
화들짝 펴지는 표정 속
공중을 잊은 새 한 마리
가지를 움켜 쥐고 한껏 날개를 펴내요
힘차게 하늘을 끌어 내리시네요
댓글목록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억밑에 접힌 이름
적히기 전에 잠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꿈속에서라도 누구냐고 거울닦고 싶지는 않습니다
가다듬는 연습이 필요할까요..
좋은시에 눈이 날개를 폅니다
고맙습니다 종이비누님
종이비누님의 댓글의 댓글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감사드립니다...하늘시 시인님..
bluemarble님의 댓글
bluemarbl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점차 늘어가는 치매인구..
요즘은 사회문제화된 것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시로서 대하니,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우리 모두는 우주 속에 전혀 우연한 장소인 지구와
지극히 애매한 시간대에 던져진 (어찌보면, 참 처연한) 존재들이지만
그렇게 주어진 시간을 살다가
다시금 꼭 그래야 할 필연성 없이
어김없이 이 세상에서 쫓겨나는데요 - 그 누구도 예외없이
더욱이, 정상적인 인지기능까지 상실한 상태에서
삶의 질이 최악인 상태로 生의 시간을 마감한다는 건
참 비참하고 슬픈 일인듯요
우리 삶에 주어진 시간이란 것은 결국, 다름아닌
삶이 지닌 가능성의 묶음일진데..
기억 밑에 접힌 이름은 그 모든 가능성을 상실했음을
의미하겠지요
손아귀에 힘겹게 붙들고 있던 시간의 끈이 끊어진 자리에서
시간도 잊은 채 차마 그 끈을 놓지 못하는 목숨..
그 모습을 사랑으로 보듬는 애잔하고 따스한 시선에
가슴이 저려옵니다
종이비누님의 댓글의 댓글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