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5, 모자이크 된 세월 /추영탑
페이지 정보
작성자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1,802회 작성일 17-11-07 11:17본문
이미지 15, 모자이크 된 세월 /秋影塔
함께 길 나선지 오십년이 가까워지면 살림살이에서도
눈빛에서도 묵은지 냄새가 난다 김치 퍼 담은
바가지에 머루빛 홍조가 돌고
곰팡이 피기 전의 묵은지는 꽤 쓸모가
있어서 다른 반찬의 들러리도 되는데
항아리 밑바닥을 박차고 올라오는 문내의 고소한
향, 두 사람분의 시간이 들어있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을 시간으로 계산하는
바보들이다 눈으로 씹다 남긴 웃음은 다시 입살에
물기를 더하며 배추꽃 향을 내는데
서로에게 필요한 것, 필요 이상으로 잘 아는 것,
남에겐 줄 수 없는
그림자 같아서 우리는 그림자 속에서도 잘 사는데
가마솥에서 밥물 넘치는 소리, 마음속 굴뚝에서는
연기 폭폭 올라갈 때
전기밥통이 그 소리를 흉내내는 해질녘, 아궁이에
불 지피던 부지깽이는 밥통의 시간을
확인하며 처마 끝에 걸린 석양을 뒤적인다
정말 사랑이었을까? 사랑을 뺀다 해도
남는 정이라는 게 있어서,
그 정이 용해된 술 한 잔 권하는 당신은 누구인가,
술잔 앞에 앉은 우리는 모자이크로 하나가 되었던
마주 걸려 바라보는 초상이다
댓글목록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거울을 앞에 놓고 너는 누구냐
나는 천연색 데칼코마니 !
한 잔 권하며 너는 누구냐
나는 너의 빈 술잔 !
추영탑시인님 묵은지와 독아지의 주거니받거니 ! !
청실홍실입니다
석촌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불완전한 그림에서 완전한 그림이 되어가는 모지이크,
거울 밖의 자신의 데칼코마니와 술 한 잔 나누어야 겠습니다.
묵은지 한 사발 앞에 놓고... ㅎㅎ
아직도 미완인 자신을 탓하며.... ㅎㅎ
동석도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석촌 시인님! *^^
피탄님의 댓글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젊어서 어리고 미욱한 미혼인 저로서는
그 세월의 향기를 차마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다만 제 부모님의 사례를 보아하건대
티격태격하다가도 수십 년 쌓아온 정이 참으로 잘 익었으니
이대로만 가도 나쁠 것 하나 없겠다...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부모님의 서로간 애정은 돈독하신 걸로 생가가됩니다.
모래알의 싸움이지요. 티격태격은 싸움이 아니라 애정의
비빔밥을 만드는 과정이라 하겠습니다.
아무리 칼을 휘둘러도 둘로 쪼개지는 물은 없지요.
감사합니다. 피탄님! *^^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계절이 어쩌면 특이한 모자이크를 상징 적으로
하는듯 합니다
생각의 착상이 늘 넘치는 끼를 엿봅니다
늘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평안을 빕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남자와 여자가 함께 산다는 것은 모자이크 조각 하나하나를
꿰맞춰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한 시도 빼지않고 티격태격 하면서도 안 보이면 내 안부보다 더
궁금해지는 당신의 안부, 그 그림이
벽에 걸릴 때까지는 살아야 하는 운명을 지녔습니다.
미완의 그림을 남기고 떠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감사합니다. 두무지 시인님! *^^
은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추영탑님
안녕 하십니까? 반갑고 반갑습니다 우리 시인님!
여독은 다 풀리 셨습니까?
모자이크로 승화 시킨 잉코 부부를 멋지게 그려 내신
시인님의 시에 감동으로 읽고 가옵니다
부부 공이 부단한 노력의 댓가라 생각 합니다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좋은 시간 되시옵소서! ~~^^
추영 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남도 여행이니 여독이랄 것도 없습니다.
완도, 진도 였거든요.
부부란 것은 따로따로의 장단점을 가지고 하나의
그림을 완성시키는 조각 맞추기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완전한 그림이야 되겠습니까?
가는 날까지 더 계속 노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은영숙 시인님! *^^
별들이야기님의 댓글
별들이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추시인님!
오랜만에 문후 드립니다
그간 건강 하셨지요
가마솥에서 밥물 넘치는 소리 ㅎㅎㅎ
압권 입니다
아이구야 어디서 저런 시상이 나오는지 참 궁금 합니다
안제 한번 뵙고 싶습니다
두잔만 드시는 시인님아!!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오랜만에 봅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지요?
저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 입니다.
세월만 흘러갔지요?
두 잔 술도 끊을까 생각 중입니다.
마셔봐야 득 될 게 없는 거라 생각하는 술이기 땜에.
그러나 자신은 없어요.
저두 뵙고는 싶으나 그리 될지는...
감사합니다. 별들이야기 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