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론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작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470회 작성일 19-05-30 11:23본문
맑은 물이 못마땅한 미꾸라지
수조 바닥을 후빌 듯 한껏 웅크린 자세다
메기나 가물치가 없다고
한 몸 가릴 진흙마저 치웠나
더듬어보는 수염에서 흔드는 꼬리까지
삶이 노출된 투명 속에서
사는 이유만 불투명하다
펄럭이던 동기와 타오르던 의욕은 증발되고
단련된 청각, 후각, 촉각 따위
미꾸라지다울 수 있는 감각도 무뎌진 지 오래여서
흐린 시각만 게으르게 침전되는 시간
거꾸로 전개되는 진화론이 퇴화론의 문을 연다
유충이 들끓는 물풀의 군락
메기의 시야를 가리는 탁한 물빛
불안을 감싸주는 진흙 구덩이
감각이 살아 뛰는 그 시절 웅덩이가 뇌리에 박혔으니
구정물에 담근 행주는 행주가 아니지만
맑은 물에 헹군 걸레는 여전히 걸레이듯
나는 걸레
맑은 물을 혐오하는 흙탕물 태생이다
그러나 미꾸라지는 알게 될 것이다
시간이 침전된 흙탕물의 변신과
침전된 수면에 내려앉는 정갈한 하늘 그리고
티도 색도 버리고 텅 빈 듯 고이는 말간 마음을
‘미꾸라지의 색깔론’을 개명한다.
댓글목록
인생만세님의 댓글
인생만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관찰력이 대단하십니다.
재미있게 미꾸라지 변론을
듣고 갑니다.
작손 시인님!
석청신형식님의 댓글
석청신형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래요,사는 이유만 불투명한 세상의 오후에
맑고 정갈한 한편의 시 속에서
흙탕물 머리를 필터링해 봅니다.
작손님의 댓글
작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원래 주연배우의 이름이 누런 미꾸라지였습니다. 저도 누련 연령대이고
행여 이상해 보일까봐 색깔을 뺐습니다. 누런 궤변 들어주셔 감사합니다.
인생만세님, 석천신형식님.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미꾸라지의 색깔론이 누런색치고는 괜찮지 않습니까..
흑탕물태생이 진정한 맑은물을 논할수 있지 않겠습니까..
변종으로 탈색된 진화속 퇴화론이 판치는 세상인데..
창조된 미꾸라지가 어떤 색이든 론은 멋집니다요
의미있는 시 한편 잘 읽고 갑니다~^^
작손님의 댓글
작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은 해석 감사합니다 하늘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