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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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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planet005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312회 작성일 19-06-10 02:39

본문

대략난감(大略難堪)


장님이 되고 귀머거리까지 되어보니, 되려 더 잘 보이고 잘 들렸다
먹먹한 시야로 흔들리는 풍경의 매듭마다 덥수룩한 수염이 자라나고,
마을 입구에서 의젓하게 짖어대는, 개 주둥아리의 목청도 오늘은 유난히
낭낭했다

등에 땅을 깔고 누워서 편지를 전하러 오는 우체부를 기다리다가,
그가 오기까지 딱 백 번만 물구나무서기를 하기로 한다
그건 생뚱하니 고된 일이지만, 그에 대한 예우의 표시이기도 하다
한 번은 아무 것도 안 하고 멀뚱하게 있다가 그에게 야단을 맞고,
머리에서 뜨신 김 오르게 토끼뜀을 열 나게 뛴 적도 있었다
아무 노력의 댓가 없이 무얼 바라는 건 도둑놈이나 할 짓이라는 핀잔을
억수로 퍼붓는 소나기처럼 들으며...

저 번의 편지엔 뜬금없이 깊은 어둠을 드러낸 섬이 바다에 떠있어,
나는 어쩔 수 없이 바다로 넓게 트인 방이 되어 환한 창문을 열어야 했다
또, 밝은 창문을 엄청 미워하는 밤의 거센 바람 소리도 들어야 했다
청맹과니에 농인(聾人)까지 된 오늘은 이것 저것 보고 들을 일 없으니,
그 어떤 나쁜 소식을 전하는 편지라고 해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편지봉투에 압착(壓搾)된 우표처럼
복지부동의 자세로 땅바닥에 붙어있으면 될 뿐
그런데, 혹여 좋은 소식이면 어쩌나?  갑자기 눈과 귀가 가려워진다
꽤 가까운 거리에서 나를 겨냥하는 우체부가 아무도 모를 소식을
전하러 온다, 아니 이미 대문 앞에 거의 다 왔을지도 모른다,
나는 갑자기 용변이 급해진다, 조바심치고는 가장 불길한 것,
안 보이고 안 들린다고 해서 마음 편한 신세는 결코 못 되는 것이다

신경계통의 예민한 길 위에서 파아란 글자와 숫자가
느닷없이 솟아난다 내 흉칙한 보금자리의 주소가 된다
그것도 새로 바뀐 도로명 주소로, 더 헷갈리게 만드는,
첨단의 불편한 주소로 뚝딱 문패를 단다

이제, 어쨌던 우체부는 어김없이 도착할 것이다
내가 부끄럽게 볼 일을 보는 시각이라도,
대략난감하게...



                                                                  - 安熙善



<Note>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난감한 상황이 어디 한 둘이겠느냐만

이따금, 본래의 자기로 부터 벗어난 일탈(逸脫)의 존재로서 자리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대체로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혹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부득이 하게 장님도 되고,
귀머거리도 되고, 한꺼번에 맹盲 . 농聾人도 되는 - 이를테면, 상징적 비유로서 말하자면)

그럴 때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자기 정체성(正體性)의 결핍 같은 거와
그에 따라 치루어야 할 댓가로서의 고통 같은 게 있을까

반드시, 있는 것이다

최소한, 지금까지 살아오며 내가 맛 본 삶에 의하면......  그렇단 거 !



댓글목록

Zena님의 댓글

profile_image Zen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지요 저는 샵을 운영하다보니
그럴때 참 많이 격는 사람중에 하나입니다
공감하며 잘 머물다 갑니다
좋은나날 되십시요 ^^*

하늘시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간이 존재하는 세상안에
반드시 숨쉬고 공존해야 할
운명의 필연이 아닐런지요!

살아있으니까요
그리고 우체부는 의무이기도 하니까요~~

좋은시에 머물다 갑니다
잘 흘러가는 하루 되세요  0056님~^^

planet0056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planet005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도 여느 때처럼 잘 안흘러가는 하루인데

위로의 말씀, 고맙습니다

요즘은 우체부들도 격무와 과로로 자살을 하더군요

편안하게 편지 받아보는 이 호사 好事는
저로 하여금
또 토끼뜀을 뛰게 하네요

감사합니다
하늘시 시인님,

그리고
우체부 아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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