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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9] 허물 벗는 女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선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469회 작성일 17-11-12 16:34

본문

허물 벗는 女子  

  

 

어둠이 하루의 살점을 발라먹으면 석남사거리에

일제히 홍등이 켜진다

예열이 필수이므로 비에 젖은 전단지 같은 사람들이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신다

부킹 100프로 현수막이 펄럭이는

벌써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풋사랑은 이력서를 보지 않는다는

불문율에 지문처럼 서명한,

누설은 죄악이라는 형이상학자들이 망각의 술잔을 부딪치며

부라보를 외친다

허물을 벗지 못하면 허물 속에 갇혀 죽는다는 저 女子

탈피할 때마다 눈이 하와처럼 밝아진다

우툴두툴 허물을 빠져나온 보아뱀의 감촉은 실크보다 매끄럽다

허물 같은 것은 훌훌 벗어 던지고

리우데자네이루 광란의 삼바 축제가 벌어진다

휘황한 사이키 조명이 꺼지면 바닥엔 저마다 벗어 놓은 생의 편린들

술 취한 바다는 갯비린내를 풍기며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

술에 취한 죄는 죄가 아니므로

하룻밤쯤 가슴에 불을 지르는 아라비아 공주가 되고 싶다고

통과의례를 마친 사람들이 몽환의 아카시아 숲을 지나

꿈의 궁전으로 간다

달과 구름이 내통하고 어둠이 허물을 가려주는

보아 뱀이 혀를 날름거리며 본능을 핥아대고 있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경험 없이 이런 글을 쓴다는 건 그 자체가 패착이다
풍부한 실전에서 우려낸 글향

꿈틀거립니다
젊은 갑장님!

김선근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선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갑장님의 단호하신 말씀
그런가요?
암튼 젊은 갑장이라시니 기분은 좋습니다
네 하루라도 젊어져야지요 ㅎ
글이 젊어져야 하는데요 ...그것이 걱정임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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