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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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67회 작성일 19-07-31 00:55본문
어둔 복도를 더듬어 갑니다. 벽에는 채색벽화마냥 바다가 걸려 있습니다. 형형색색 소리들이 미역줄기처럼 싱싱하게 쏟아졌다가 양떼처럼 물러 갑니다. 비췻빛 여주인이 커피향기 끝에 다소곳이 앉아 있습니다. 나는 여름 내 시들어 빠진 도라지꽃이었습니다. 소금기 어린 빈 의자에 가 앉습니다.
레코드판이 돌아 갑니다. 창록빛 떠 다니는 섬이 내 곁에 와 앉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천희의 뼈가 비린 풀밭 어딘가에 흩어져 있다던 그 섬입니다. 미역오리처럼 파랗던 그녀가 시디 신 석류즙으로 녹아 버렸다는. 뜨거운 바위가 비늘을 들썩입니다. 주홍빛 물거품이 양귀비꽃잎이 되어 폭발합니다. 흰 소금덩이처럼 굳어 가던 여주인이 커피를 들고 왔습니다. 빙빙 돌아 가는 커피의 중심에는 삭발을 한 라흐마니노프가 있습니다.
창 밖을 보았습니다. 먼 바다에서는 섬 하나가 익사하고 있었습니다. 나를 향해 손을 흔듭니다. 그냥 가라앉기 아쉬운지, 수면으로 올랐다가 가라앉았다가 하면서 나를 바라봅니다. 이미 구름처럼 부풀어 오른 등. 커피를 한 모금 마셨습니다. 산천을 뒤덮은 들꽃이 잔바람에 흔들립니다. 바위가 굴러 굴러 산마루를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복도 위를 물고기들이 유연하게 헤엄쳐 다닙니다. 바닷속에서 수많은 에메랄드빛 깃발들이 힘차게 펄럭입니다. 나는 눈 먼 전어처럼 바닥으로 바닥으로 폐선을 찾아 헤엄쳐 들어갔습니다.
댓글목록
브루스안님의 댓글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청록빛 바다 향기
짧은 여름을 벗기는 고혹적인 손길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