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갓집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처갓집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50회 작성일 19-08-09 12:32

본문

처갓집

 




마당 한가운데서
가을 햇살 흠씬 맞으며
휘청이는 빨랫줄에 매달려 있는
빨래들을 받치느라 바지랑대
낑낑대며 흔들거리던 집
바지랑대 주위로 나비며 잠자리가 맴맴 돌던 집
장인 어른과 처남 그리고 처의 형부까지
남자들만 깡그리 죽어
남자라곤 나만 자리를 지키고 있던 집

장모님과 아내가 빛바랜 툇마루에 마주 앉아
붉은 고추를 소쿠리에서 고르며
아따 날이 따스구만 하고 따숩게 얘기하던 집
이름도 짓지 않은 검둥이 누렁이 이런 개들을
홍시나무 밑에서 살뜰히 기르시던 집
명절에 갈 때마다 한 마리씩 사라지던 집
"아까 있던 개 한 마리 어데 갔슴미꺼?"
"어디 가긴, 저녁에 자네 입으로 들어 갔자녀"
장모님의 태연하신 대답에 깜짝깜짝 놀라던 집

진흙으로 지은 아궁이에서 장작불
지피고 앉아 도란도란거리는 쌍둥이 두 아들을
보고 있노라면 환하게 마음 밝아오던 집
뒷뜰 텃밭에선 방울토마토며 고추며 상추가
흐드러지게 피어 종일을 웅성거리던 집
양철 대문엔 '이훈석'하고
장모님의 명패가 붙어 있어 들고나는
처조카들과 고양이들과 바람을 맞이하던 집
길가를 특히 가을 길가를 바라보노라면
코스모스 군락이 우거져
금새 눈이 즐거웁고 마음이 맑아지던 집
길 건너 들판의 볏잎이 물결을 이루고 그 사이로
긴 개울이 꾸불꾸불 흘러가는 게 보이던 집
뒷편 언덕을 한 백보쯤 걸어가면
폐쇄된 간이역이 할배처럼 우두커니 앉아 계시고
추석날엔 거실에서 티브이 켜놓고
튀김이며 생선이며 옛날과자 먹으며
어릴적 아내의 자라던 얘기해 주시던 집

그러나 몇 해 동안 내 지병으로 인해 갈 수 없었던 집
아내와 아이들만 고속버스 타고 다녀오던 집

고속버스와 함께 가버린 탁한 세월의 물집들,
그런 세월이 수상하여 이제는 모두가 떠나온 그 집

나비도 잠자리도 누렁이도 소쿠리도 명패도
장모님도 아내도 내 아이들도 처조카들도 바지랑대도
마당도 변소도 양철지붕도 장작불도
장작불 지피던 아궁이도,
이제는 없는 그 집

홍시빛 감도는 저녁이 되면 생각나는 그 집
가끔씩 허기 달래듯 내 가슴에 와서는
산그림자처럼 드리우고 천천히,
머물렀다 가는 그 집

댓글목록

하늘시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향수짙은 처갓집의 이미지가
참 아름답네요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추억의 이야기가 새록새록 행복했을 집
겉모습은 사라져도 가슴속에서 오래도록 향기를 지펴줄 그 집
장모님 사랑 많이 받으셨군요
그리운 사랑 되새기며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Total 75건 1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7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3-15
74
용접 불꽃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 03-13
7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2-12
72
사랑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2-02
71
댓글+ 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 01-27
70
가지 않은 길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 01-23
69
카프카(퇴고) 댓글+ 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 01-19
6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 12-12
67
벌써 23년 댓글+ 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 12-09
6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 12-03
6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 11-18
6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2 10-31
6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 10-07
6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09-08
6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 07-27
60
발바닥에게 댓글+ 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 01-26
59
안시리움 댓글+ 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 01-16
58
야간 근무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 11-08
5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 03-19
5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 02-12
5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5 11-04
5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2 10-22
53
흔적 없는 삶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 10-17
5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 09-27
5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 09-24
50
요양원(퇴고) 댓글+ 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09-12
49
그런 사람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09-08
48
윗동서 형님 댓글+ 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 09-06
47
가을 아침에 댓글+ 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 09-03
4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8 08-26
45
사람의 아들 댓글+ 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4 08-17
4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8 08-11
4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2 08-10
42
안창림 댓글+ 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 08-02
41
하루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4 07-27
40
이력서 댓글+ 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2 07-18
3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2 07-17
3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07-15
3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6 07-09
36
열 살 댓글+ 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 07-08
3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07-06
3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 06-30
3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06-29
3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8 06-09
31
나무(퇴고) 댓글+ 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 06-03
3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 05-29
2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9 05-21
28
풍선껌 댓글+ 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5 05-17
2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2 05-16
26
물푸레나무 댓글+ 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3 05-04
2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3 04-29
2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7 04-25
2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0 04-20
2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9 04-13
21
뒷모습 댓글+ 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 03-26
2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7 02-15
1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1 01-30
18
귀로 댓글+ 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0 01-17
1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6 01-13
16
잠자리 댓글+ 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0 01-11
1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4 12-10
1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2 12-05
13
베개 이야기 댓글+ 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5 11-26
1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6 11-17
1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6 11-10
1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9 10-08
9
지게의 시간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4 10-07
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4 09-28
7
굴뚝 댓글+ 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6 09-23
6
나무들 댓글+ 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 08-3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