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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프라우요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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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04회 작성일 19-09-07 09:33

본문



고도가 높아 고산병이 오기 쉽다는 융프라우요흐. 

저 멀리 웅험(雄險)한 봉우리까지 금속성의 풀잎들이 날을 세우고 질주해 나간 고원(高原)에서 소녀를 만났다.  


바람이 풀잎 사이를 돌아도 형상이 모이지 않았다. 

소녀는 바흐알프호수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


흙 한 줌 남아 있지 않은 파르란 바위의 벽, 얼음과 적설층 사이로 오솔길이 보였다. 


미세한 얼음의 세포 속에서 옅은 사과향기가 났다. 

삐그덕거리며 육각형의 눈의 결정(結晶)이 문을 여닫는 소리도 들려 왔다. 


물이 뚝뚝 흐르는 소녀의 무릎 아래가 푸르딩딩하게 부풀어 있었다. 

하얀 돌 같은 것이 내 그림자 위에 얹어져 있는 것처럼. 


까마귀가 노란 꽃잎을 물고 날아가 버린다. 

바위벽 틈 둥지에서 죽어 버린 새끼새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서. 

보랏빛 혀 위에 노란 꽃잎을 짓이기려.  


저 너머 어딘가 죽은 나무들이 썩어 가는 향기를 품고 흘러가는 빙하가 있다고 했다. 


질주하는 유빙(流氷)이, 침몰하는 폐선(廢船)의 비명을 반사하고 있는 협곡이 있다고 했다. 

그것의 바닥 또 그 바닥으로 소녀는 걸어 들어갈 것이다.


호수는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다. 

비췻빛 암반이 삼나무숲 따라 호흡하며, 

서리 내린 거을이 제 투명함을 흐릴까 두려워 세상으로부터 온갖 폭죽소리를 거두어 들이는 것이다. 


잘린 다리가 남기는 혈흔마다 황홀한 꽃이 피어난다고 했다. 

소녀의 가슴까지 핏줄마다 향그럽게 얼어붙은 서리꽃이 햇빛의 구조물을 혈관 안에 지을 때, 

나도 그 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소녀는 바흐알프호수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


바위문 안에서 혼자 떨리는 구름. 

뱀의 혀를 곱게 땋은 수십 년 전 그 소녀, 호수 안까지 무사히 걸어 들어갔을까? 



댓글목록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융프라우요흐에 갔을 때 어느 한국인 여성이 바흐알프호수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는데, 그 기억이 나서 써 보았습니다. 실제로는 소녀가 아니라 씩씩한 여대생이었습니다.

굉장한 금발미녀를 만난 적도 있는데, 열심히 밭을 갈고 있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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