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慰勞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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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320회 작성일 19-09-29 18:15본문
스스로 위로하다 / 安熙善
오후 두시의 나른한 햇빛이 하품하는,
책상 위를 어른거린다
이 햇빛말고... 그 언젠가,
나의 주변에 하늘의 시선(視線)이 활짝 열린 공간에서
은혜처럼 쏟아지는 햇빛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는 순간임을 알면서도
나는 그 안에서 기쁘게 죽을 수 있도록 그 햇빛에
나의 얼굴을 밀봉(密封)하곤 했었다
- 그것이 사라진 나의 시야(視野)를 재생하려 어거지 쓰는,
바보 같은 일임을 알면서도
내 안에서 소용돌이 치는, 온갖 희망들은
차라리 착한 폭군이다
주절거리는 말소리의 현미경(顯微鏡) 같은 낯짝과
한 번도 세상과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았던,
말 없는 음절(音節)
나는 바로, 그런 병증(病症)이었던 것을
사람들이 말하길
신(神)은 이미 오래 전에 없어졌다지만,
허튼 갈망은 오늘도 시간의 꼬리를 거꾸로 잡고
미래의 침묵 속으로 행진하는 기도(祈禱)
아, 지금은 차라리
사람들마다 각자가 신(神)이 된 것이다
나 또한 아직도 더 빨리,
짤랑대는 인생의 회초리를 우아하게
휘두르는... 기괴한 운명의 집행인(執行人)
하지만, 이 모든 걸 꿋꿋이 견디어 내기를 !
조금만 더 머리를 숙인다면,
이 모든 불행도
영원한 허무를 채워주는 유일자(唯一者)가 되겠기에
I (with cello)
댓글목록
브루스안님의 댓글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체적으로 좋은데
독자들의 궁금증과 기대감이 농축된
첫 연이 아쉽네요
오후 두 시
밀봉된 하늘의 정적
책상 위의 햇살이 스멀스멀 일어선다
andres001님의 댓글의 댓글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체적으로 좋다고 하니..
그건 고맙지만
결코, 좋은 시는 아니고
말씀하신 첫연
저는 사실, 시에서 개인에 지극히 한정된 주관적 경험은
그 모두 잡설 雜說로 여기지만
이 글에서는 무리하게 꾸겨 넣었고
근데,
시라는 게 그렇지요
시가 그 무슨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십계명도 아닌 다음에야
이 세상에 완전한 시는 단 한 편도 없다는 생각이고..
아무튼, 감사하네요
졸글에 머물러 주시니
브루스안님의 댓글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른 세계도 마찬가지
특히 예술 세계에서 독자들의 시선은
냉혹합니다
반면에 명작에 대해서는 과도한 집착
손님은 왕이다
손님응대는 잔꾀와 요령
andres001님의 댓글의 댓글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 등기부 登記簿를 떼어 보면 그렇습니다
시를 세상에 내 놓은 순간,
시의 존재권은 시인으로 부터 독자에게 이양 移讓된다는 거
하여, 시를 쓴다는 건
참 무서운 일
- 왜?
시에 대한 시인의 무한책임이 따르기에
이건 빼도 박도 못한다는
아무튼,
글 같잖은 졸시 하나 올리고
쿠사리 단단히 먹네요
브루스안님의 댓글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주섬주섬 겨우 가작이나 주서먹는
주제가 괜한 허풍떨었나요,?
캐나다엔 귀할 것 같은 토종 누룩
막걸리 송금드립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모든 은혜를 다 줄 것 같은 햇살이
눈부시게 비치는 날
그 아래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잠시 꿈같은 행복을 느낄때가 있지요
영원한 허무를 채워주는 것은
그런 순간이 모여서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많은 생각에 머물게 하는 시
잘 감상했습니다^^
andres001님의 댓글의 댓글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혼탁할대로 혼탁한 오늘의 세대에
맑은 福을 전하는 게
이 시대에 자리하는시의 본령 本領일진데
그저 헛헛한 자기위로의 글따위나 쓰는
저 자신, 참 부끄럽네요
그래도 크게 나무라지 않고
머물러 주시니 고맙습니다
라라리베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