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근친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470회 작성일 19-11-07 11:02본문
가을의 근친들 / 백록
가을의 족보를 펼치면
그 첫 장에 카오스에서 불현듯 탈출하던 그날의 전설로부터 시작하여
줄줄 지금의 내력까지 빼곡히 적혀 있지
머언 꿈속 에덴동산에서 사랑의 씨앗을 품었던 애초의 봄이 곧 당신의 시조라며
그 싹이 자라 초록의 열정을 불태우던 중, 언뜻 눈에 띈 붉은 열매에 혹했다며
그를 대뜸 여름이라 이름 짓고 당신의 여자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 운명이 곧 당신의 첫 할머니가 되었다며
둘은 첫 아들인 가을을 낳고 첫 딸인 겨울을 낳고
다시 아비의 씨앗을 닮은 봄을 낳고
어미의 초록을 닮은 여름을 낳고
억겁을 내리 거듭거듭 번성하던 중
당신의 첫 아들을 빼어 닮은
지금의 나를 낳았다는...
그러고 보니 아무리 뒤져봐도 내 할머니 흔적이며 내 어미의 냄새며 내 여자의 그림은
도대체 언제 어디로 어떻게 흘려버렸는지 수소문 중이다
첫 장부터 끝 장까지 곰곰 되새기며
추적 추적 살피며
지난날 내 눈시울을 촉촉 적시던 이슬비 끝자락에 핀 서리꽃이었을까
언젠가 까칠한 내 살갗을 심술처럼 스치던 갈바람이었을까
이도저도 아니라면
누렇게 바랜 들녘을 알록달록 수놓다 그새 져버린 코스모스거나
혹은, 푸석푸석 내 발에 밟히는 지금의 낙엽일까
이런저런 상념으로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의 근친들
시인님의 생각은 저에게 따뜻하게 전해 집니다.
늘 우리 주변에 함께하는 일들 같아 그렇습니다
늘 생각의 깊이를 놀라게 하시는 시 감사를 드립니다
건필을 빕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 끝자락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입동이군요
동장군이 얼씬거리겟습니다
건강 다독이시고요
늘 감사합니다
주손님의 댓글
주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벌써 입동이군요
우리 모두 근친임을
생각하는 중추입니다
백록님!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곧 초설이 들이닥칩니다
한 해가 네 번의 계절
굳이 부풀리면 24번의 절기
삼백예순날 하루하루가 이웃이고
근친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