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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다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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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다래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3회 작성일 19-11-08 13:46

본문

바람이 분다 오늘도,

가을 끝자락 바람은

산을 돌려 세우고

해 떨어진 강상은

그 바람에 파랗게 질렸다


바람이 분다 오늘도,

뺨을 훔친 바람은

할 일 없는 허수아비

모자 속으로 숨어버리고

바싹 말라버린 굴참나무

이파리 동댕이친 바람은

어느새 햇살 틈새로 달아났다


바람이 분다 오늘도,

황톳길 바닥을 희롱한 바람은

참매 따라 하늘로 날아오르고

새벽이슬 목을 축인 바람은

밤새 얼어버린 억새풀

위에 하얗게 내려앉았다


바람이 분다 오늘도,

동녘 바다 건너온 바람은

살짝 시린 콧등을 맴돌고

대지 품에서 잠을 깬 바람은

지어미 씨앗 품고

너른 들판을 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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